시작과 맺음은 결국 같은 곳에 있음을
2018년 8월 6일은 출국 3주 전이었나보다.
그 날 썼던 일기를 꺼내읽었다.
‘오늘도 난 이별했다.
어쩌면 인생은 이별의 연속인 듯 하다. 오래 가까이, 나와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아끼는 그녀와 한동안 보지 못할 이별을 했고,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관계였던 그를 다시 만나 마음을 나누고 다시 이별했다. 오늘은 어지러운 서랍을 한가득 다시 꺼내 치우고 정리하다가 헤어진 남자친구의 증명사진을 만났다. 그가 소중히 아껴 보관하다가 내게 선물한 네잎클로버도 만났다. 그것이 찢어지면 행여 우리관계도 깨어질까 소중히 다뤘던 값진 선물이었다.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조금 만지작거리다 휴지통에 버렸다. 그렇게 이렇게 또 이별했다.
앞으로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이별이 남아있을까? 문득 어린 날 스물 네살의 나였다면 오늘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해졌다. 연속된 상실감에 하루종일 우물안에 있진 않았을까, 그치만 지금의 내게는 누구와든 마음 한 켠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가슴 따듯한 기억의 조각이 있을 뿐이었다.
관계는 파도 같다.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밀려나간다. 아마 나의 지구가 끝날 때 까지 영원하겠지.
해가 지는 일을 보는 건 나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오늘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색깔의 세상을 만났다. 해가 떨어지자 그 세상과도 다시 이별했다.
또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만나게 될까. 어떻게 헤어지게 될까.
헤어짐이 격한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고 그저 오고, 그저 가는구나 하는 것이 어쩌면 더 멋진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곧 내가 나고 자랐던 곳과 이별해야 했고, 부모님과 친구들과 동료들과 헤어져야 했기때문에 이별에 대해서 생각했나보다.
그러나 헤어짐은 나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말 그대로 내 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0부터 10까지 완전하게 새로운 세상이었다.
출국을 코 앞에 뒀던 며칠동안 나 나름대로의 이별식을 하곤 했다.
그렇게 나는 정말 어떤 한 챕터를 끝 맺고 또 다른 챕터를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