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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ckerair May 21. 2020

개그 콘서트가 끝난 이유는 단지 노잼이어서가 아니다

개그 콘서트가 종영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

개그 콘서트는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쳤던 엄청난 방송이었다. 가족들이 모여서 개그 콘서트를 보면서 실컷 웃다가도, 방송이 끝날 때 이태선 밴드가 연주한 Stevie Wonder의 Part Time-Lover라는 노래가 나오면 월요일이 왔다는 사실에 슬퍼지고는 했다. 매주 일요일 저녁이 되면 수많은 사람이 이러한 TV 시청 공식과 감정을 공유했던 시절이 있었다. TV로 보다가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개그 콘서트 방청권을 구하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들락날락거리고는 했다.


Part Time-Lover는 월요병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 역할을 했었다 / 출처: 포스트쉐어


이제는 개그 콘서트를 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개그 콘서트에 누가 나오는지, 방송 날이 토요일에서 다시 금요일로 옮겼는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최근에 개그 콘서트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노잼'이나 '폐지'와 같은 관련 검색어가 나온다. 실제로 개그 콘서트 공연장 관객석에는 빈자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개그 콘서트가 잠정 종영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보통 개콘이 '노잼'이 된 책임을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전가한다. 혹은 정치인이 코미디언보다 웃긴데 개콘을 볼 필요가 있냐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개콘이 '노잼'이 되고 종영까지 하게 된 이유는 그보다는 훨씬 복합적이다. 개콘의 종영은 한 예능 방송이 끝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굉장히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검증 절차의 축소 혹은 변화


자신의 이름으로 소극장을 운영하는 윤형빈은 개그 콘서트의 근본은 소극장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그 콘서트는 소극장에서 시작됐다. 컬투를 비롯한 여러 코미디언들이 소극장에서 진행했던 공개 코미디가 개그 콘서트라는 방송으로 론칭된 것이다. 소극장은 개그 콘서트의 시작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개콘의 많은 코너들은 소극장에서 시작되었다. 코미디언들은 개콘에 코너를 올리기 전에 소극장에서 시연 형식으로 공연을 펼쳤다. 소극장 무대를 통해서 현장 관객의 검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극장 무대는 개그 콘서트 무대라는 본시험 이전에 보는 모의고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소극장에서 코너를 시연하는 절차는 개콘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관객을 대상으로 한 검증 단계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코너가 방송되기까지는 PD 및 제작진의 철저한 검증이 있었겠지만 관객의 입장을 완벽하게 대변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신인 코미디언을 위한 무대는 없다(혹은 줄어든다)


출처: 유튜브 'BODA' 채널


개그 콘서트의 근본이 소극장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소극장은 경험이 부족한 신인 코미디언들에게 실력을 단련할 수 있는 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그 공연을 할 수 있는 소극장은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설 자리가 없는 신인들은 무대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안상태는 이러한 상황이 공개 코미디의 감을 기르지 못한 신인들의 실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애초에 방송사에서 신인을 뽑지 않는다는 점이다. 뽑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MBC와 SBS는 코미디 프로가 없으므로 당연히 공채 코미디언을 뽑지 않는다. 기성 코미디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코미디 빅리그의 tvN도 신인 코미디언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 


KBS도 2017년에는 아예 코미디언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공채 선발을 잠정 연기했다. 그리고 개콘은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과거 활약했던 코미디언들과 인기 코너들을 소환했다. 지금보다 옛날 개콘이 더 재밌다는 피드백을 반영한 일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신인들의 설 자리는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신선한 인물이 수급되지 않으면서 개콘의 노쇠화는 더욱 깊게 진행됐다.



'남녀노소'를 공략하기 위한 '클리셰'와 '패턴'의 반복


프로그램 특성의 차이지 지상파와 케이블의 차이는 아니라고 설명하는 장도연 / 출처: KBS '6자회담'


코미디를 만드는 코미디언, 그중에서 개그 콘서트를 만드는 코미디언의 고충도 분명히 있다. 개그 콘서트 출연한 박영진은 KBS가 심의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지상파와 케이블의 방통위 심의 기준은 같다고 한다. 하지만 KBS는 공영방송인지라 상대적으로 tvN과 같은 케이블에 비해서는 제약이 많다는 의미로 언급한 듯 보인다. 


이러한 제약은 개그 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개콘과 코빅에 모두 출연한 장도연은 두 프로그램의 타깃층이 명확히 차이 난다고 말한 바 있다. 코미디 빅리그는 1020 타깃을 중심으로 두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분방한 개그를 펼친다. 반면, 개그 콘서트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온 가족을 타깃으로 만드는 방송이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이기는 하지만 개그 콘서트의 타깃층이 훨씬 넓다. 


개그 콘서트를 보면서 다음 장면을 예측하고 있는 장동민 / 출처: KBS '작정하고 본방사수'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한다면 아무래도 실험적인 개그를 지양하게 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개그, 다른 말로 하면 검증된 개그를 주로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개콘은 어느 순간부터 재미가 없어졌다기보다는 다르게 말해야 한다. 안전한 웃음이 보장되는 '클리셰' 혹은 '패턴'을 반복했고 그 수가 관객들에게 읽히기 시작했던 것이다(아재스러운 말장난 개그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리고 그 '클리셰'와 '패턴'의 유효기간이 이미 꽤나 오랜 시간 지난 상태였다. 



트렌드와 플랫폼의 급격한 변화


공개 코미디와 스케치 코미디를 보기 힘든 시대다. 소극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도 하지만 방송이나 인터넷 콘텐츠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MBC의 '개그야'와 SBS의 '웃찾사', tvN의 'SNL Korea'도 모두 폐지되었고, 작년에 선을 보인 코미디tv의 '스마일킹'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넷플릭스에도 수많은 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와 시트콤이 존재하지만 스케치 코미디 콘텐츠는 손에 꼽는다. '베터 콜 사울'의 주인공인 밥 오덴커크가 출연한 '밥 & 데이비드' 정도가 생각나는데, 시즌 1 이후 소식이 없다.


보물섬의 세 멤버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장난을 하면서 재미를 이끌어낸다 / 출처: 유튜브 '보물섬' 채널


그렇다면 지금 뜨는 코미디는 뭘까. 보물섬, 더블비, 동네놈들 등 구독자가 100만이 넘는 코미디 유튜브 채널이 주력하는 콘텐츠는 바로 몰카 or 참교육이다. 몰카는 말 그대로 당사자 모르게 상황을 설정하여 웃음을 이끌어낸다. 참교육은 몰카의 미러링으로 볼 수 있는데, 몰카에 당했던 사람이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출연자 간의 합의된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스케치 코미디와는 대비되는 '날 것' 느낌을 내는 콘텐츠라 할 수 있으며, 주로 1020 세대가 타깃이 된다.


코미디 트렌드를 얘기할 때 스탠드업 코미디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 격이 높고 수위가 없다시피 한 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백인인 빌 버, 동양계 미국인인 앨리 웡, 흑인인 데이브 샤펠의 코미디를 한글자막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박나래, 유병재의 스탠드업 스페셜이 나왔고 KBS는 '스탠드업'이라는 제목의 19금 스탠드업 방송을 론칭했다. 물론 스탠드업이 한국에서 대세가 된 코미디 트렌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점점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는 건 확실하다. 코미디 특성상 10대보다는 20대 중후반 이상이 주요 타깃이 된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팬들은 자체적으로 한글자막을 만들어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한다 / 출처: 유튜브 '민두네집' 채널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플랫폼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대중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서 수위의 제약이 없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코미디를 접할 수 있다. 개콘에서는 볼 수 없는 성, 인권, 정치에 관한 격의 없는 스탠드업 코미디도 볼 수 있다(개콘에서도 정치 풍자가 있지만 다소 수위가 낮고 편향적이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연스럽게 대중들이 코미디를 향유하는 취향의 폭이 넓어졌고, 자신의 취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코미디를 찾아 나섰다.



너무 늦은 반성과 치명적인 낙인


최근 몇 년 사이에 예술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드라마의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은 돌이켜 보니 폭력적이거나 가스 라이팅을 일삼는 사람이었고, 어떤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임팩트 있는 장면을 보면서는 카메라의 윤리에 대해서 다시 묻기 시작했다.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개콘의 많은 코너에 존재하던 여성 비하, 외모 비하, 직업군 비하 등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년 5월에 있던 개그콘서트 1000회 기자회견 관련 기사 / 출처: news1


코미디에서 다루는 소재와 관련한 논의는 급진적으로 많아졌지만 개콘은 그 논의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에 관해서 촉수를 세우는 시대에 개콘의 변화는 지나치게 둔감했다. 여전히 특정 개그우먼을 중심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코너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반성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반성의 시기가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개그 콘서트라는 방송은 대중들에게 '노잼'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신선하고 트렌디한 측면이 중요한 개그 프로그램으로서는 치명적인 낙인이 아닐 수 없다. 



불가피한 동시에 실험적인 포맷의 변화, 그리고 종영


작년 12월, 개그 콘서트는 일요일에서 토요일로 자리를 옮겼다. 제대로 된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올해 4월이 되면서 다시 금요일로 이동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두 번이나 요일을 변경한 개그 콘서트는 실제로 포맷도 급격하게 변화를 시도했다. 


2월부터 코로나로 인해 관객이 들어올 수 없게 되자 셀렙 분장을 한 코미디언들이 관객 역할을 하며 자체적으로 코너를 평가했다. 그런데 이런 방송은 2주 만에 막을 내리고, 역대 베스트 코너 50을 선정하는 스페셜 방송을 3주 진행한다. 이후 개콘은 코미디언들이 각자 방식대로 스케치 코미디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다 같이 모여 평가하는 '토요 극장'이라는 이름의 포맷을 선보인다. 


출처: KBS '개그콘서트'


공개 코미디를 고수하던 개콘에서 처음으로 포맷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관객이 올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과 요일까지 두 번 변경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의 결과물로서 포맷을 바꿨다. 사실상 프로그램의 성격을 아예 바꿔버리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개콘은 공개 코미디 프로로 굳건히 인식이 박힌 방송이다. 공개 코미디에 익숙한 개콘의 코미디언들이 자체적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시도는 지나치게 실험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코미디언끼리 만들어낸 영상의 내용은 평범했고 퀄리티마저 좋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박한 평가가 뒤따랐다. 


'개그맨플렉스'라는 영상에 있는 댓글... / 출처: 유튜브 '뻔타스틱' 채널


결국 개그 콘서트 폐지설과 관련한 기사가 올라왔고 사실무근이라는 방송국의 입장도 나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잠정 종영'과 '휴식기'라는 결론으로 정리가 되었다. 개그 콘서트의 '휴식기' 동안에는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 '뻔타스틱'을 통해서 '새로운 코미디'를 선보인다고 한다. '뻔타스틱' 채널에는 최근 개콘에서 실제로 방영된 영상 클립 몇 개가 게시되어 있다. 영상 아래에는 비판적인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만약 최근 개콘에서 보여주었던 영상 클립이 KBS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일 '새로운 코미디'라면 확실히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관객 검증 장치의 생략, 무대 축소로 인한 신선한 인물의 부족, 공영방송 특유의 엄격한 심의 기준, 포괄적인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한 클리셰 남발, 트렌드와 플랫폼의 급격한 변화, 급증하는 성인지 감수성 관련 논의에 대한 안일한 대처, 프로그램에 관한 치명적인 낙인, 실험적인 포맷의 변화. 개그 콘서트의 종영은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가 시너지를 내면서 발생한 안타까운 결과다. 코미디언과 제작진의 잘못이 적지 않지만 단순히 이들에게 '노잼' 이미지를 씌워 책임론을 말하게끔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KBS는 '폐지'가 아니라 '잠정 종영'과 '휴식기'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다른 방송사와 다르게 KBS는 '스탠드업'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도 개그 콘서트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코미디의 명맥을 이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민의 시기를 거쳐서 재미있는 코미디 프로가 나왔으면 좋겠다. 




참고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ohuMctPYXxU

https://www.youtube.com/watch?v=MhuW4lqOBMI&

https://www.youtube.com/watch?v=OvXLNM3eJxo

https://www.youtube.com/watch?v=LxWWYPcm22s

https://www.news1.kr/articles/?393484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703100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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