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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ckerair Apr 01. 2020

지금 심리 테스트가 단순히 테스트가 아닌 이유

떠오르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심리 테스트'

지난 2월 말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다. 그런데 여느 날과는 다르게 스토리나 게시물이 좀 더 많았다. 친구들은 모두 짠 듯이 꽃 혹은 나무를 설명하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그 사진에는 스터디 친구와 집중 스팟을 소개하는 문구도 있었다. 도대체 나의 꽃 유형과 스터디 친구와 집중 스팟의 연관 관계는 어떤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곧이어 친구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너도 한 번 해보라는 말과 함께 'Plant your personal flower'라는 문구가 적힌 링크가 있었다. 링크를 클릭하니 '나의 집중 유형을 테스트하고 나만의 꽃을 발견하세요'라는 테스트 창이 열렸다. 그 링크를 타고 '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를 시작했다.

'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

'나만의 꽃'과 스터디 친구 및 집중 스팟의 상관관계

'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는 8가지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을 씨앗, 들을 음악, 읽고 싶은 책, 피로할 때 하는 행동 등에 대해서 묻고 4개의 보기를 제시하면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정작 꽃과 관련된 질문은 씨앗 문제 하나 뿐이긴 하다. 어쨌든 8개의 문제를 다 풀면 '나만의 꽃 생성 중...'이라는 로딩 페이지가 나오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좌)테스트를 완료하면 나오는 화면 / (우)테스트 결과 및 식물 획득 버튼 화면

'나만의 꽃 심기'는 Forest 앱에서 개발한 성격 테스트입니다. 집중과 노력을 통해 여러분의 꿈을 이뤄보세요. Forest가 여러분의 꿈이 펼쳐질 때까지 옆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Forest가 어떻게 도움이 될 지 알고 싶으신가요? 결과 페이지에서 '식물 획득하기'를 눌러보세요!

여기서 '식물 획득' 버튼을 누르면 Forest 어플을 소개하는 페이지로 넘어간다.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Forest 어플의 주요 사용자층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집중력을 발휘하여 공부나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사용한다. '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에서 스터디 친구와 집중 스팟을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Forest 어플을 개발한 대만의 어플리케이션 회사 시크알테크(Seekrtech)는 홍보를 목적으로 '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를 만들었다. 나와 어울리는 꽃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테스트의 결과를 도출하지만 사실 스터디 친구와 집중 스팟을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Forest 어플의 용도를 설명한다. 자사 서비스의 홍보 수단으로 심리 테스트 웹페이지를 개발한 것이다.

(좌)블라의 '나에게 맞는 대학교 학과 테스트' / (우)애니브프렌즈의 '당신에게 맞는 대학교는' 테스트

알고 보니 '광고'였던 심리 테스트

현재 심리 테스트는 마케팅 콘텐츠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듯 하다. 미디어 커머스 기업인 '블랭크'는 AR 캐릭터를 만들어 같은 관심사의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메신저 '블라'를 제작했다. 메신저의 성격에 맞게 '블라'는 '나에게 맞는 대학교 학과 테스트'라는 테스트 페이지를 개발했다. 테스트 문제를 풀면 '당신에게 추천하는 학과'가 나오고 '그 학과와 잘맞는 친구 사귀러가기' 버튼을 누르면 블라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페이지로 이어지는 식이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모티콘, 어플, 굿즈 등을 제작하는 애니브프렌즈는 '당신에게 맞는 대학교는'이라는 테스트를 제작했다. 테스트 문제를 풀면 나에게 어울리는 대학교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문구가 나온다. 그리고 곧이어 대놓고 '여기부터는 광고다'라며 애니브프렌즈를 소개한다. 엄밀히 말해서 서비스의 주안점을 두고 있는 동물 캐릭터와 대학교는 전혀 접점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애니브프렌즈의 주 고객층인 중고등학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인 '대학교'를 선점하여 전환율을 올리고자 한다.

시크알테크(Seekrtech)의 블로그

Forest 어플 개발사인 시크알테크의 블로그에서는 테스트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나와있다. 중국어로 된 원본을 Google Translator로 해석한 후 자체적으로 갈무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인터랙티브하고, 퍼지기 쉽고,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심리 테스트 프로모션을 선택했습니다. 심리 테스트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이고 사람들은 '가치 표현'과 '소셜 이미지 만들기'를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심리 테스트는 프로모션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바이럴 미디어 봉봉(vonvon)

폭발적인 트래픽을 이끌어내는, '나'에 대한 콘텐츠 = 심리 테스트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면 메신저와 SNS를 활용해 수많은 스낵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재미있는 영상이나 자극적인 내용이 담긴 기사들이 쉽게 공유되며 퍼지기 마련이다. 심리 테스트는 이러한 스낵 콘텐츠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영상과 기사와는 다른 차별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소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이미지를 누군가에게 직접 보내기보다 SNS에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된다는 점이 심리 테스트 콘텐츠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버즈피드를 참고하던 중 일반 기사보다 심리테스트 같은 콘텐츠가 트래픽이 몰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는 기사는 결국 타인의 이야기이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에 독자들은 관심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봉봉의 김종화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심리 테스트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많은 타인의 가십거리가 올라오는 버즈피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심리테스트였다고 김종화 대표는 설명했다. 봉봉은 이러한 심리 테스트의 이점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신이 나를 만들 때', '나의 소울 메이트는?'과 같은 콘텐츠를 제작해서 수많은 글로벌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만 화제가 된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초에는 이상형 찾기, 정신연령테스트, 대학교 학과 테스트 등 다양한 테스트 콘텐츠들이 유행했다. 이러한 유행의 원인이 코로나19 사태에 있다는 설명도 있다. 아무래도 나쁜 소식이 계속 들리는 시기라서 그런지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 테스트는 결과를 통해서 '곧 좋은 날이 올거야'라고 위로하고 긍정 에너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자기 충족적 예언'의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도 한다. 어쨌든 지금의 심리 테스트는 단순히 스낵 콘텐츠 이상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