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의 공공질서 2.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 실천이 낫다.
찜질 복을 입고 찜질방으로 향한다.
목욕탕과는 다른 분위기의 문화생활공간.
향과 온도 취향 따라 쉴 수 있는 많은 방들과 먹으러 가는 곳인지 찜질하러 가는 곳인지 모를 만큼 다채로운 간식과 음식이 공존하는 곳.
요즘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키즈 룸과 오락실까지 구비되어 있다.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휴식과 재미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아이들의 발길을 머무르게 하는 곳은 단연코 키즈 룸.
평일인데도 이미 많은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놀고 있다.
가을이와 단풍이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홀린 듯 키즈 룸으로 뛰어가 아이들의 무리에 그림처럼 섞인다.
그곳에서 우리 부부의 임무는 아이들 지켜보기.
아이들의 안전과 한 번씩 과하게 튀어 오르는 에너지를 낮춰줘야 하기에 아이들이 놀 때 멀찍이 지켜본다.
일명 내 아이의 숨은 그림 찾기 놀이쯤 되겠다.
아이들이 노는 걸 보고 있으면 집안에서는 알지 못했던 면들을 알게 된다.
때론 위험한 행동일 수도 있고 어려운 아이를 도와주는 착한 일이 될 수 도 있다.
그런 행동들을 보며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내 아이를 알아간다.
내 시선 끝에 아이들은 한 번씩 눈을 마주치며 어색한 공간의 불안함을 떨치고 놀이에 집중한다.
놀이공간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으레 어느 공간에 꼭 한 명씩은 있다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4~5살로 보이는 꼬마.
맑은 눈을 해맑게 웃어 보이며 장난꾸러기의 면모를 내보인다.
놀이시설로 올라가려는 단풍이를 두 손으로 밀치고 쨉 싸게 올라가는 꼬마.
당황한 단풍이가 나를 한 번 쳐다본다.
나는 괜찮으니 올라가라는 눈짓을 지어 보인다.
하지만 그 꼬마는 여기는 올라올 수 없다는 듯 씩 웃으며 행동을 개시한다.
올라가는 곳과 내려오는 곳이 다르건만 오르는 곳을 애를 쓰면 위험하게 내려온다.
용감한 자기 자신을 보라는 듯이.
지켜보는 부모가 있겠지 하며 기다리는데
꼬마의 부모는 오지 않고 올라가려는 다른 아이들을 밀치는 과잉행동은 계속된다.
“친구를 밀면 친구가 다치겠지, 밀면 안 돼요.” 하고 타일러 본다.
하지만 그 꼬마는 아줌마가 무슨 상관 이냐는 눈빛으로 빤히 나를 쳐다보고는 올라가려는 친구들을 계속 밀친다.
그래 모르면 아이들은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어른이 옆에서 친절히 가르쳐 주어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부모들은 어디에 앉아서 쉬고 계실까?
처음 보는 어른이 제재하면 눈치 보며 안 하다가 다시 하는 게 아이들이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어떠한 성향인지 알 텐데 그런 아이를 놀이방에 혼자 두는 행위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유아기 때에는 더더욱, 나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부모의 친절하고 단호한 가르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단풍이의 속상함도 풀어주고 땀도 식힐 겸 우리는 매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찾아가듯 간식을 사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한 명은 줄을 서고 아이들과 나는 앉을 곳을 찾아 헤맨다.
비워있는 자리에 먹다만 식혜와 음료수들이 놓여있다.
주인이 있는 것일까 먹다가 놓고 간 것일까?
방앗간의 주인들도 간식들을 판매하느라 좌석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듯하다.
순간 고민한다. 저걸 치웠는데 주인이 와서 내 음료수 어디 갔냐고 하면 어떡하지?
간식을 사는 동안 한쪽에서 지켜보지만 한 참이 지나도록 자리는 비어있다.
아무도 선뜻 앉지 못하고 먹다만 음료수들만 자리를 지킨다.
나는 결심한 듯 음료수를 치우고 아이들과 함께 자리에 앉는다.
이 정도 기다려줬으면 자기들도 할 말이 없겠지.
살얼음이 채워진 차고 달달한 식혜와 태닝 빛의 건강한 색깔을 뽐내는 맥반석 달걀들로 우리는 허기를 달래 본다.
간식을 먹으며 단풍이가 묻는다.
“엄마 왜 사람들은 쓰레기를 안 치우고 그냥 두고 가? 바닥에 음료수랑 수건이랑 마스크들이 떨어져 있어.”
내 눈에도 심심치 않게 보이던 쓰레기들이 아이 눈에 안 보일 리가 없다.
단풍이는 공공질서를 강박처럼 지키는 아이다.
특히나 바닥에 쓰레기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항상 나에게 알려준다.
엄마 누가 여기 쓰레기 버리고 갔어. 그러면 안 되는데
공공질서는 집에서나 학교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는 규범이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고 사람 많은 곳에서는 차례차례 줄을 서야 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실상 공공시설에서 아이들에게 보이는 모습은 기본적인 공공질서조차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허다하다.
말로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행동으로는 예외적인 경우를 아이들에게 너무 내보이고 있는 건 아닐까.
무심코 우리가 한 행동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노출되고 있고 무의식 중에 아이들이 보고 배우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진실한 단 한 번의 행동이 수천 번의 어떠한 말보다 아이들에게 더 진하게 다가갈 것이다.
행동은 말보다 설득력 있는 무기임을 가르치려 내가 앉았던 좌석에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내 양심이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