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다 Oct 25. 2023

글쓰기도 기세다.

“비키니는 기세예요. 내가 입는다는데 누가 뭐래.”

얼마 전 MBC 예능에서 개그우먼 박나래가 비키니를 입으며 이런 말을 했다.


기세: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당당한 기세.


그 말에 무릎을 쳤다.


그래 나만 당당하면 됐지 왜 남의 이목을  신경 쓰며 살아야 할까.


그러면서 요즘 글과 소원해졌던 나 자신을 떠올렸다.


쓸거리가 없다고 투덜대던 나, 내가 쓴 글에 자신이 없던 나


누가 내 글을 얼마나 본다고, 얼마나 신경 쓴다고 저러한 생각을 하며 살았던 걸까.


읽었다 한 들 금방 잊힐 텐데.


작년 이 맘 때 브런치에 도전하던 때를 떠올려 본다.


간절했다. 내 글이 통과가 되기만을 바랐다.


목차를 짜고 글을 쓰고 책에서 발췌하고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풀기 위해

누워서도 샤워하면서도 글을 어떻게 풀어낼지 생각하느라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때의 간절한 마음과 현재의 마음은 천지차이.


합격만 하면 줄줄이 글이 쓰일 줄 알았던 환상 속의 나와

스스로 쓰기 싫은 핑계들을 나열하느라 글쓰기와 멀어지고 있는 현재의 나.


이토록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왜 글을 쓰려고 했었던 걸까?


누가 쓰라고 강요했나? 쓰면 돈이 나오는가? 모두 아니다.


그저 쓰고 싶었을 뿐이었다.


글을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게 좋았고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이 글로 쓰였을 때 정리가 되는 거 같아 좋았다.


글 말고는 아무것도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현실에서 글에서라도 나 자신이 이 세상에 뭐라도 할 수 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는 거 같아서 안심이었다.


그러다 글을 연재하며 쫓기는 나의 마음을 확인했다.


특별한 일을 써야 할 것 같았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 가는 글을 써야 할 거 같았고, 지식을 공유하거나 매력적이거나 아름다운 문장들을 표현해야만 잘 쓴 글이라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 글은 너무나 평범하기 그지없었고 일기에 지나지 않음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떤 글을 쓸지 어떤 문장을 써야 공감 가는 글을 쓸 수 있을지 하는 고민이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간절했던 마음은 눈 녹듯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쓰지 않으면 안 써지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생각하지 않으면 그저 지나가는 과거일 뿐이기에 그날의 핑곗거리를 찾아 쓰지 못할 이유를 열거했다.


그러다 글쓰기는 내 하루에서 가장 나중일이 되어 버렸다.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기들의 알림이 울리면 애써 외면해야 했다.


그 글들을 읽으면 내 죄책감들이 밀려 나올 것이란 걸 알기에.


또다시 쓰고 싶어질까 봐.

쓰는 고통을 다시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 멀어지려고 애써본 결과.

답은 쓰고 싶다였다.


안 써지는 괴로움보다 쓰지 않음으로써 오는 고통의 죄책감은 배로 커져갔다.


책의 좋은 글귀들,  동기들의 재치 있는 글의 제목만 보아도 죄책감과 함께 일렁이는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글을 보며 쓰고 싶다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결국엔 써야 했다.

한 줄의 일기라도 속상한  마음이라도.


남에게 내보이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글을 쓴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사람들의 관심은 짧고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결국 글을 쓰는 이유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소소한 일상

어제, 오늘의 일부터 차분히 글로 풀어내야겠다.


이제부터 나의 글쓰기는 기세다.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작가의 이전글 인생을 걷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