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이 배려와 호의를 만든다.
오늘따라 굉장히 기분이 좋은 두 아이들.
가을이가 먼저 단풍이에게 손을 내민다.
"오늘 형아랑 같이 잘래?"
"그래 같이 자자."
그리고 쪼르르 나에게로 달려온다.
"엄마, 나 오늘 형아랑 잘 거야."
베개를 챙겨 쪼르르 형 옆에 눕는 단풍이는 꽤나 신이 나는 모양이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엄마의 껌딱지, 아빠 옆에서도 자지 않는 단풍이가 스스로 형 옆에서 자기를 자처했다.
평소 말끝마다 "형아 싫어, 맨날 나 놀리고 때려서 싫어."라고 하던 단풍이다.
그런 단풍이가 선뜻 고민도 없이 형이랑 자겠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잘 자라는 반가운 인사를 뒤로 하고 둘은 자리에 누워 끊임없는 대화를 시작한다.
요즘 그들의 공통관심사인 마인크래프트 이야기를 시작으로, 별 시답잖은 이야기에 웃겨 죽겠다는 듯
숨이 넘어간다.
그 웃음소리에 내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밤이다.
긴 방학에 두 아이는 꽤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방학에도 학원 다니느라 바쁜 요즘 아이들.
친구랑 놀고 싶은 가을이는 놀 친구가 없다. 친구들에게 전화하면 매일 같은 소리가 되돌아온다.
"나 학원 가야 돼." "나 학원가는 차 안이야."
시간 맞춰 2~3시간 노는 것도 힘든 아이들, 고학년이 될수록 더욱더 놀 친구가 없다.
꿩 대신 닭이라고 친구대신 동생과 함께 노는 것을 택했다.
아직도 끝이 없는 상황극을 하고, 권투를 하고 게임을 한다.
그만큼 다투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미운 정이 싹트나 보다.
오늘은 더더욱, 각자의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만난 터라 서로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을이는 엄마와 함께 마라탕데이트를 즐겼다.
비 오늘날 빈대떡이 생각나듯 한 번씩 그는 마라탕을 떠올린다.
마라향을 싫어하는 아빠와 단풍이는 엄마의 잔소리 없는 게임데이트를 즐기고
마라탕메이트인 엄마와 가을이는 그가 좋아하는 먹는 취미를 즐긴다.
마라탕을 먹는 그의 미소에 행복감이 묻어난다.
마라탕국물 한 모금에 가을이의 몸에 배려심이 한 스푼씩 늘어난다.
면발 한 젓가락에 긍정적인 말이 장착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엄마에게도 평소 하지 않는 친구들 이야기나 학교이야기도 들려준다.
국물만큼이나 자신의 마음을 뜨듯하게 채운 가을이는 동생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이스크림으로 잠시 헤어져있던 둘은 무엇을 먹고 무슨 게임을 했는지 시시콜콜 자기들만의 대화를 이어간다.
그 대화의 장은 함께 세뱃돈을 모아 게임칩을 산 마인크래프트 게임으로 이어지고
게임으로 화합을 다지며 평소애 볼 수 없는 우애의 꽃을 피운다.
그 우애의 끝에 엄마는 평화와 잠자리 독립을 얻었다.
형과 보낸 시간과 따스함에 단풍이는 형의 껌딱지가 되어간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요일
소소한 아이들의 행복감은 스스로를 배려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평범했던 하루가 특별해지는 건 하루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