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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A Oct 25. 2022

26살에 내 커리어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유

MZ세대의 사회생활 부적응기 - 1


벌써 세 번째 회사를 퇴사했다. 사회생활 1년 3개월 차. 마지막 회사를 나가던 첫 출근 날, 내 인생이 정말 망해버렸다는 패배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남들은 처음 회사에 들어가거나, 열심히 일해 커리어를 쌓아갈 시간에 나는 벌써 회사나 세 번째 갈아치우다니. 패배자, 부적응자, 뭐 그런 단어들이 내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내 인생은 망했다. 정말 망했다. 그런 생각으로 오후 3시에 타던 지하철에서 나는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누구는 고작 그 나이에 인생이 망했다니 그런 말을 하는 게 애송이 같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생각해보면 고작 26살의 나이지만 호기롭게 뛰어든 사회생활에서 쌓여가는 실패 속에 나는 무기력함을 적립해갔다.

내가 사회의 일원이 되고, 회사에 적응해 안정적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 내가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말 그대로 젊은 MZ세대의 고난이었다. 울어서 되는 일은 없다고, 바닥에 누워서 우는 거 말고 후회라도 할까 싶어서 이 회고록을 작성한다.



엉망진창 커리어

어려서부터 예술을 전공하고 싶었다. 영화가 좋았다. 공상이 좋았던 어린아이라서, 배우고 싶던 학문도 그랬다. 4년 동안 배울 것이 그런 간지 나는 것들이면 참 행복할 거 같았다. 그런 깊지 않은 생각으로 고른 전공은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 배웠던 지식과 겪었던 경험들은 여전히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이다.


하지만 취업시장은 예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취업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내가 몸으로 겪은 취업 시장이란 이런 거 같았다. 전공부터 대외활동, 교환학생, 자격증, 능력까지 모두 실용적으로 이미 갖춰진 사람. 많이 가르칠 필요 없는 신입. 처음부터 배워가면서 하겠다는 건 허상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뭐래도 실용적인 사람을 원했다. 그리고 예술은 '실용적'과는 아주 많이 거리가 멀었다. 필름의 역사 같은걸 배운 사람이 마케터가 되어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배우고 싶어서 대학에 가겠다는 것이야 말로 바보 같은 소리 중 하나였다. 한국에서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하나의 발판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걸 아주 늦게 깨달았다. 한... 대학교 4학년 때쯤. 후회하기도 늦은 순간이었다.


살아남아라 대학 게임

대학교 때를 돌이켜보면, 나는 매번 '생존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뻔하지만 그놈의 돈이 문제였으니까. 지방에서 올라온 스무 살 여자애가 살아남기엔 서울은 꽤나... 험난한 곳? 내 몸뚱아리 하나 쉽게 뉘일 곳 없는 지역에서 나는 20살이 되자마자 알아서 헤쳐서 살아남아야 했다.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였다. 대학교가 첫 1학기가 개강하기도 전에 알바를 구했으며, 이놈의 아르바이트는 대학교가 졸업하기 전까지 쉰 적이 없다. 돈을 벌어야 편의점 도시락 하나라도 사 먹을 수 있는 나날들. 우울하진 않았지만 매달 스릴이 넘쳤다. 잔고가 떨어지면 죽는 생존 게임 세계관 같은 느낌. 다 떨어져 가는 자취방에 돌려먹는 햇반들이 참. 지금까지의 나를 키웠다.


보통 취업준비는... 스무 살 때부터?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알바, 한 타임에 4시간씩 있는 전공 수업, 계속해서 쏟아지는 과제. 나는 이것만 수려하게 소화해내기가 참 어려웠는데. 그건 나만 그랬나 보다. 내가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접시를 나르고 있을 때, 다른 대학생 친구들은 참 열심히도 '스펙'을 쌓았다. 대외활동, 학점, 공모전, 자격증, 교환학생, 어학점수, 해외여행, 워홀... 얘네들은 언제 이런 걸 다 챙기지? 싶은데 다들 하더라고. 내가 살아남기 위한 한 노력들은, 그냥 내가 쓰는 생활비 마냥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막상 남들 앞에 서보니 스펙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아무런 타이틀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내 대학생활. 아등바등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시간들이 참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원망은 없다만... 정말 저런 걸 다 언제 하고 살았지. 시간이 나한테만 가혹하게 흘렀나? 결국 졸업장 하나만 남기고 내 대학생활은 끝났다.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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