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만남~결혼결심
2022년 9월27일
안녕하세요! 소개받기로 한 올라프(가명)입니다.
늦게 연락드려 죄송해요.
조심스러운 인사로 첫 대화를 시도했다.
그날 오전, 친구의 갑작스러운 소개팅 제안에 고민할 새도 없이 사진-연락처 교환까지 순식간에 진행됐다.
서울 거주를 원하는 다소 특이한 조건에 탈락한 친구는 나에게 바통을 넘겼고 얼떨결에 트랙을 달리게 됐다. (나중에 알고보니 장거리 연애가 실다는 말이었다)
셀카가 없어 단체 사진에 내 부분만 잘라 딱 한 장 보낼 정도로 소개팅에 어수룩했지만, 오히려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다는 점에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말을 듣고 여자의 마음은 참 어려운 걸 또 한 번 배웠다.
코로나 시국이 끝났음에도 방역수칙에 진심인듯한 그녀는 3장 중 2장을 마스크를 쓴 사진으로 보내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 프로필을 염탐했지만 사진마다 다른 이미지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인생 2번째 소개팅을 준비했다.
2022년 10월3일 개천절. 처음 그녀를 본 날은 비가 많이 왔다.
친구를 자주 보지 않는 내가 하필 전날 그것도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처음보는 여자와의 대화가 부담스러웠는지 신도림까지 가는 길이 유독 멀었다.
2번 출구로 나가면서 보이는 매장 유리라는 유리는 모두 확인하며 애꿎은 머리를 만졌다.
취미는?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주말엔 뭐하세요? 수많은 업무 미팅을 하면서 익힌 스몰톡 족보를 다시 한번 되내이며 그녀 앞에 섰다.
그녀는 방역수칙에 진심이었다.
식당에 가서야 얼굴을 공개한 점보(그녀)는 참 예뻤다. 순수했다.
소개팅이라 골랐던 미국식 스테이크는 퍽퍽했다. 다음엔 더 맛있는 고기를 먹으러 가야겠다는 혼자만의 약속을 하고 2차를 나섰다.
우리는 첫 만남에 별의 별 얘기를 다하고, 취기에 힘을 빌려 한 우산 밑에서 나란히 걸었다.
집 가는 길 점보를 보내고 지하철을 탔다. 반대방향 전철을 잘못 탄 건 술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10월15일 ‘소개팅 공식 2장: 삼프터 후 결정하라’에 따라 아직은 어색한 우리는 연인이 됐다.
2023년 6월23일. 결혼이라는 단어를 처음 꺼냈다.
2024년 7월6일. 우리는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