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결혼준비
결혼은 좋지만 결혼식은 싫다.
만난지 9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한 우리는 부모님께 몰래(?) 결혼식 준비에 돌입했다.
결혼이 처음이라 첫번째로 플래너 업체를 정했다.
결혼업계 악명은 주변 유부남들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엔 선택권이 없었다.
스드메가 뭔지도 몰랐기에 어떻게 결혼을 준비해야하는지 알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결혼 준비는 시작부터 끝까지 돈이다. 옵션을 곁들인.
플래너1위, 2위 업체에서 각각 플래너를 정해 상담 예약을 했다. 상담료는 5만원.
1시간에 저 돈을 내야한다는게 이해 안갔지만 지금보니 아이러니 하게도 모든 비용 중 가장 아깝지 않았다.
지금은 준비 과정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굳이 플래너를 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플래너가 결혼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번의 상담을 거쳐 2위 업체를 선택했다. 1위 업체 플래너가 덜 꼼꼼한 거 같다는 점보(예비 신부)의 의견때문이었다.
1년을 함께한 플래너가 상대적으로 프로페셔널 해보였지만 일을 잘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촬영 스튜디오를 정하는 과정에서 계속 틀린(업데이트 안된) 정보를 준 시점부터 신뢰를 잃었다.
그럼에도 결혼 시장에서는 예비 신랑-신부가 철저한 을이라 컴플레인을 적당히 걸 수 밖에 없다.
한 번 뿐인 결혼식을 위해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투쟁하지 않고 묵묵히 시장의 원리를 따랐다.
결혼식은 크게
1.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소위 스드메라고 말하는 3종.
2. 웨딩홀
3. 신혼여행
으로 나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 플래너 결정
■ 스튜디오 예약하기
■ 드레스샵 예약하기
■ 메이크업샵 예약하기
■ 헤어변형 예약하기(촬영)
■ 웨딩홀 결정하기
■ 혼주메이크업 예약
■ 본식사진 예약
■ DVD 예약
■ 헤어변형 예약하기(본식)
■ 신랑 예복 예약
■ 종이청첩장 샘플받기
■ 촬영가봉
여기에 36개 과정이 더 있지만 너무 많아 생략한다.
이 모든 걸 하는데 정확히 1년이 걸렸다.
한 가지 자랑할 점은 이 모든 걸 하는데 우린 단 한번도 다투지 않았다.
사실 결혼 준비하면서 싸우지 않기 위해선 신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방관.
결혼 시장에서 주인공은 신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신랑은 신부 옆에 있는 악세사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너무 많은 의견을 내면 안된다. 그렇다고 모든 걸 신부에게 맡겨서도 안된다.
물론 점보가 쓸데없는 곳에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그녀의 모든 선택을 존중했다.
사실 내가 반대한다고 해도 결국 싸우고 점보 원하는 대로 하는 수순이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옵션 비용들. 허위 광고에 가까운 가격표를 마주하다보니
처음 계획했던 예산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모든 책임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우리에게 떠넘겼다.
4700만원. 식대를 제외하고 우리가 결혼식에 쓴 비용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한 번쯤은 다투는 것(의견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말하리라.
신혼이라 하면 반드시 준비해야할 질문: 결혼하니 어때요?
나의 대답: 결혼은 좋지만 결혼식(준비 과정)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