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 5회 글쓰기 프로젝트
2024년 9월 국회. 좌우를 막론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 붓는다.
정치인에 대한 국정감사도, 대기업 총수의 청문회도 아니다.
한때 온 국민의 영웅이었던 사람이 마이크를 잡았다.
2002년 여름.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대한민국이 가장 뜨거운 해였다.
(공동이었지만) 처음 개최한 월드컵. 월드컵 첫 승. 첫 16강 진출…
모든 순간이 역사였던 6월. 축구보다 게임을 좋아했던 초등학생도 ‘Be the Reds’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녔을 정도로 온 국민이 축구에 미쳐 있었다.
그게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22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전설’로 남아있는 그날의 멤버들은 2002년 월드컵을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거리를 만들어 준 존재다.
22년 뒤 전설 중 한 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됐다.
그런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내부자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웅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나섰다. 내려놓으라는 압박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결과로 축구 팬들의 실망감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리다.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채용 비리, 부모 특혜 같이 불공정을 옆에서 지켜본 청년들은 결과보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과정을 원한다. 성적은 그 다음 얘기다.
이번 사태에서 통쾌한 발언으로 화제가 된 유튜버에게 대리만족을하며 2호선 열차에 몸을 싣는다. 9월 마지막 토요일. 날씨가 환상적이다.
시원한 가을바람에도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와 긴장 때문에 상기된 얼굴로 합정동 거리를 걸었다.
웰리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블로거를 준비한다는 사람, 글쓰기에 부담이 많다는 AI 컨설턴트, 8년 차 재무 담당자, 회사에서 콘텐츠를 몰래(?) 만드는 콘텐츠 담당자, 유튜브를 준비하고 있는 IT 영업인, 유명한 유튜브와 출판을 기획하고 있는 사람까지.
자극적이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전히 대부분 사람이 상식적인 세상이다.
첫 만남을 뒤로하고 초가을 오후 사람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나는 3시간 전과 비슷한 두근거림을 가지고 집을 향했다.
이 기분 좋은 떨림이 단지 처음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