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토익은 끝도 없지
내 현생은 취준이다
1화 모두의 시험-토익
벌써, 대학을 5년 째 다니고 있다.
대학에서 내가 꾸준히 했다고 자랑할만 한거는 방학마다 영어공부를 했다는 거다. 그렇다고 영어가 썩 훌륭하지는 않다. 매번 필요할 것 같아서, 딱히 할건 없고 방구석을 뒹구는 내가 보기 싫어서 했다. 1학년 땐 남들 다가는 사실은 남들 다하길래 교환학생 신청을 위해 잠시 토플 공부를 했다. 2학년 땐 오픽이란 게 있다길래 오픽을 해봣지만 몇일 하고 시험은 못봤다. 그해 겨울엔 3학년 때 인턴하려면 필요하다길래 토픽을 봤다. 다음해 여름엔 토익스피킹을 땄다. 올해 겨울 4학년이 막학기가 되어 취준을 준비 하려니 아니, 유효기간이 만료됐단다. 서둘러 학원 2주반을 다니고 급하게 점수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또 토익을 접수 했다. 정말 이놈의 토익은 언제 까지 봐야하는지, 그놈의 유효기간은 왜 2년 밖에 되지 않는지 그리고 고득점 자는 왜이리도 많은지.
인문대를 나온 나에게 취업시장은 높은 토익점수를 요구한다. 990점 만점자는 넘쳐난다. 나름 800점은 넘기면 그래도 해가 되지는 않는다 라고 말들 하지만, 950을 넘지 않는 취업준비생들은 매번 또, 토익을 접수한다. 상대평가로 점수가 나오는 토익이 방학 때만 되면 그렇게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고득점자 끼리 모여서 너도나도 900점을 노리는데, 자리가 남아날리가.
요즘 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이라 하며 어학점수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바늘구멍 같은 취업 시장에서 머리카락 만큼의 감정 영향이라도 있다면 없애야 한다. 그래도 그중에서 영어점수는 가장 나름, 눈에 보이고 정량화 되어있으니까. 즉 그나마 준비생들이 뭐라도 해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된밥에 토익이라는 티끌 하나때문에 백수기간을 연장하게 된다면 정말, 타임스톤 훔쳐다 과거의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같다.
물론 내가 토익때문에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기업들이야 매번 뛰어나시지만 뛰어난 사람이 너무 많아 함께할 수 없다고만 하기 때문이다. 취준생은 그저 떨어지면 하루 왠종일 자소서 한 글자부터 인적성 한문제, 면접관 표정까지 복기하며 뭐가 문제였까 고민할 뿐이다.
토익점수는 점수 부분을 정해 정량화 된다고 알려진다. 500이상 1점 700이상 2점 뭐 이런 식으로. 경쟁률이 어마어마 한 서류를 통과해, 100명 중 고작 한두 명을 데려가는 인적성 커트를 넘어, 실무진 면접을 거치고, 최종면접에 오른 날고 기는 5명 중 한명을 고를 때! 비등비등 할때! 0.5점이라도 내 영어점수가 그 어딘가에서 도움이 되길 바라며, 또 토익책을 일단 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긋지긋하다. 솔직히 모르겠다. 회사에 들어가면 영어를 많이 쓰긴 하는건지. 토익만점을 받을 만한 영어실력이 진짜 필요는 한건지. 이렇게 시작해 토익 800과 900, 990의 차이가 있기는 한건지 회의감이 북받쳐 오른다.
심지어 지금도 파파고를 쓰면 1초만에 영어 작문이 끝나는 이 하이테크놀로지 시대에 몇년뒤면 분명 구글에서 실생활에 적용가능한 생활 번역기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와 같이 아, 10년만 더있다가 태어났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토익시험 접수비는 44,500원이다. 접수기간을 놓치면 친절히 추가 접수를 열어준다. 가격은 48,900원이 된다. 토익 고득점 비법이 연달이 3번을 보는 거리던데, 그러면 133,500원이다. 지져스.
가관은 토익스피킹 시험이다. 토익 스피킹 시험은 체점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지 77,000원이다. 가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이 시험은 약 15분 만에 끝난다. ^^ 시험 전 인적사항 기입 시간과 안내 시간을 합쳐도 30분안에 나올 수 있다. 나오면서 자연스레 욕이 나온다. 7만원?
그나마 돈 좀 아껴보겠다고, 토익과 토익스피킹을 새트로 판다. 9천원 할인해준다. 친절한 ETS
솔직히 영어를 끝내주게 잘하고 싶다. 영어로된 영화나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싶고, 멋들어지게 영어 책을 술술 읽고, 글을 쓰고 싶다.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소통하는건 1살 때부터 꿈이었던거 같다.
확실한건 토익 공부가 저 위에 해당되는 건 없다는 거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해야지. 나 사는 동안 한 번이라도 직장인이 될 수 있다면 좋은게 좋은 거리고 대기업에 다니게 해준다면 40도에 육박하는 오늘 또 토익책을 가방안에 넣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