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격하셨습니다.

by Victor navorski

길어지는 면접 대기시간, 다가온 면접을 위한 준비는 하지 않고 계속해서 핸드폰만 확인하고 있었다.


몇 주전 면접을 봤던 기업의 합격자 발표가 나는 날이었다. 면접 당일 대차게 망쳐버린 면접에 울상이었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니 또, 합격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고문을 시작했다.


발표가 날에 이르러서는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켜고, 면접을 보기 전 합격 사실을 알게 되어 들뜬 마음에 헛소리를 하면 어쩌나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 번의 면접이 이어져 있던 날이었다. 앞선 면접을 끝내고 다음 면접을 기다리는데,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설마,


사실... 기다리는 동안 여러 커뮤니티를 돌면서 합격 전화가 오는 회사 내선번호를 알아냈다. 물론 합격자에게 미리 전화를 돌린다는 사실까지.


핸드폰 화면에 그 번호가 뜬 순간 확신했다.



아, 나 합격했구나!



떨리는 마음에 무작정 구석으로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이번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 이런.

진짜?

내가 왜...?

대박...

헐...


미리 알고 받아도 믿을 수가 없었다.

기쁘다기보다는 신기했다.

진짜... 합격을 하긴 하는구나, 이 메시지는 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게 지금 나라는 것도.


외마디 놀란 말들을 머릿속에서 뱉어 내고 있는 사이, 전화 속에선 안내를 맡으신 직원분이 빠르게 신입사원 연수 일정과 출근 날짜를 공지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 다음 면접을 기다리면서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지나쳤다.


’ 누구한테 먼저 알려야 하지?

부모님께는 뭐라고 하면서 알려드려야 하지?’


한 번도 합격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 가득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지만. 막상 현실에서 벌어지자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리고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회사와 직무였다. 불안감에 지원한 게 사실이고, 사실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았던 직종이었다.


그래서, 막상 부모님께 알려드리자니, 쑥스러우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마음에 안 들어하시면 어떡하지.’


함께 준비하던 친구에게 알리자니, 축하를 바라는 마음이 미안해졌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받지 못할 것 같았다. 서로에게 미안한 소식과 축하가 예상되었다.


부모님께는 사이트에서 확인한 합격 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시크한 척 별 일 아닌 척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면서도 나름대로 행복해하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그제야 아.... 나도 행복해해야지 실감이 났다.



맞아. 아무렴. 어느 회사 어느 직무이든 어때.

일단 어디든 합격을 했다는 게 중요하지.





이게... 합격하는 기분이었다. 오랜 시간 잊어왔었는데, 막상 다시 마주하니 여전히 그대로다. 얼떨떨하고 행복하지만 어딘가 씁쓸한 느낌.


그래서 쉽사리 행복하다는 단순한 감정만 느껴지진 않았다.


결과가 주어지는 순간 내 모든 노력이 함께 정의 내려졌다. 너의 노력은 딱 이 정도였다. 그렇게 정의 내려진 크기를 인정해야 하지만, 쉽사리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결과에 어떠한 기쁨, 슬픔, 아쉬움과 같은 감정을 내비치는 순간. 결과로 정의된 내 노력의 크기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스스로 받아들여야 할 것 만 같았다.


하지만, 난 쉽지 않다. 받아들이는 순간 자만해야 하거나 자책해야 하거나 꼭... 자신을 평가할 것만 같은 기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과지만. 그리고 너무나도 반갑고 감사하고 행복한 결과지만. 결과로써 그간의 과정이 평가되기 때문에 마냥 하나의 감정에 머무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만큼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고, 몸도 마음도 힘들었으며, 가끔은 대견했고 또, 가끔은... 사실 즐거웠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결과보다 어느새 과정이 소중해졌다.


결과에만 머무르기엔 아까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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