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한 너의 모습이 그려졌어.

by Victor navorski

내 현생은 취준이다

11화 긴장한 너의 모습이 그려졌어




면접을 끝내고 나오는 길이었다.

이 날 면접은 유난히도 길었다. 지원자만 8명이 같이 들어갔고, 면접관도 6명이나 앉아있었다.


1시간으로 예정되어있던 면접시간은 대략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허리를 꼳꼳히 펴고, 불편한 정장 자켓을 입고 2시간을 앉아있었더니 유난히 어깨가 아파왔다.


그래도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옷도 제대로 차려입었으니 지하철 거울 앞에서 남몰래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리고 또, 이걸 나 혼자만 보기엔 아까우니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에 슬쩍 올렸다. 어차피 몇몇 친구만 보는 계정이니. 웃기라는 의미로 ‘면접 후 남은 건 뭉친 어깨 뿐’이라는 글을 같이 올렸다.


정말이었다. 긴 시간의 면접 끝에 남은 건 정말 뭉친 근육 뿐이었다. 시간이 너무 길어져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나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준비했던 말을 모두 하지 못했고, 하나하나 복기해보니 아쉬운 점만 남았다.


그래도 중요한 면접을 하나 끝내서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때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스타벅스 음료 쿠폰과 함께


면접 보느라 수고했어

뭉친 어깨에서 긴장한 너의 모습이 그려져서

자신감 잃지 말고 힘내!


짧은 카톡에 울컥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런 서러움을 알아준 고마움에 금새 답장을 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문장이 머릿속에 남았다. 긴장한 나의 모습. 한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꼿꼿이 앉아 얼굴에 어색한 모습을 띄고, 어떻게든 좋은 인상을 남기려 노력하는 나의 모습.


친구의 카톡에 서러움이 밀려온 건, 아마도 그런 내 모습에 연민을 느껴서 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위해 처절하게 애쓰는 모습이 순간 마음에 아프게 다가왔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취준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엉엉 울어버렸다.


취업준비를 시작하고 오랜시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검증당하고 거절을 받았다. 그러면 또 나를 보여주고, 능력을 인정 받으려 작디작은 장저가지 끌어내어 보여주었다. 그럴 수록 돌아오는 거절이 너무나 나를 처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만이 아니기에. 백만에 달하는 취업준비생 실업자들이 모두 견디는 과정이기에 쉽게 무너지고 힘들어 할 수 없었다. 언제가 부터 나의 힘듦마저 인정받아야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정도로 슬퍼할 순 없지. 난 괜찮은거야. 그리고 무너져버리면 그조차도 의지가 부족한 사람으로 내가, 나 스스로를 낙인찍을 것 같았다.


그리고 친구의 짧은 카톡 한마디에 훅, 무너져 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엉엉 울고나니 정말 이렇게 개운 할 수가 있는지. 스스로 무너지면 안된다고, 지면 안된다고 다독였던게 우스워졌다. 이제 하다하다 슬픔까지 인정받고 느끼려 했다니.


그렇게 울고나니 문득 자신감이 생겼다. 뭐랄까, 내가 불쌍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나니, 기분이 오히려 좋아졌다. 역대 최악의 취업 시장이다. 신입 티오는 날이 갈수록 줄고, 특히 비상경 문과대생은 열 명 중 한명 수준으로 좋은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런데, 나에게 끈기, 의지를 찾는 거 자체가 웃긴일이다. 생각해보면 면접관들은 겪어보지 못한 취업난이다. 인성이 되바라진 아이 처럼 니가 뭘아는데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철저히 을이 되서 제발 저의 경험에 공감해주세요. 제 능력을 인정해주세요 하기보다. 왜 공감을 못하지? 어느 부분에서 인정을 못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간절하고 처절하게 부탁하기 보다, 뭐가 문제인데 묻게됐다. 그렇게 답을 찾으면 또, 내년에 만나면 되지^.^




뭐, 역대급 최악의 취업난인데, 일자리 찾는 기간이 6개월 정도 늘어난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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