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불은 잠시였다.

by Victor navorski

내 현생은 취준이다

11화 파란불은 잠시였다.



님아, 내게 합불을 알리지 마오.

나의 공기총알을, 희망을 빼았지 마오.














가장 궁금하면서도

가장 알고 싶지 않은 소식.


바로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결과가 나오는 날, 합격을 한다면 가슴 속 품운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불합격 소식을 보는 날엔 작은 희망을 불씨마저 사르르 사라지는 날이다.


나는 총알장전이라고 한다.

공고가 뜨는 모든 회사에 최대한 많이 지원하는 건 분명, 희망이란 이름의 총알이다. 최대한 많은 총알을 장전해서 설사, 하나가 불발하더라도, 남은 총알로 희망을 이어간다.


희망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결과가 뜨지 않은 서류들을 모아놓고 ‘혹시’라는 기대와 상상에 휩싸인다. 그 상상이 너무 달콤해서 차라리 이 달이 지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비겁함과 낮은 자존감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걸 안다. 나의 마음속 80퍼센트는 이미 탈락을 예견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담담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이유는 비겁하기 때문이다.


팩트를 알면서도 비갑하게 20퍼센트의 운을 바란다. ‘어쩌다 잘되기’를 기대한다. 마치 수많은 취업성공 글에 단골 멘트처럼.


“사실 저도 제가 왜 붙었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이 몇 안되는 어쩌다 성공신화처럼, 부족하지만 어쩌다 눈에 띄어, 어쩌다 답을 맞춰 붙었을지도 몰라.....하며............비겁한 마음이 결과가 오지 않길 기다리는 마음의 핵심이다.
















파란불은 잠시였다.


신입사원이 되는 길은 쉽지 않다. 몇번의 테스트를 거쳐서 몇천명, 몇백명, 몇십명을 떨어뜨려 최종 0명에 들어야 한다.


서류, 인적성평가, 실무면접, pt면접, 토론면접, 임원면접까지 이 단계를 하나하나 통과하며 희망이 쌓여간다. 마치 빨간 조명으로 가득했던 내 삶에 드디어 파란 불이 켜진 것만 같다.


이 때는 안드로핀이 솟아오르며 힘든줄 도 모른체 달려나간다. 그러나 잠시였을뿐. 모든 신호등이 그렇듯, 금새 빨간불이 들어온다. 파란불의 시간은 너무 짧다.


반면 빨간불는 왜이렇게 길고 또 자주 오는지......





최대의 실수는 파란불에 현혹되어 총알장전을 잊는 것이다.


내 인생의 더이상 희망이란 총알은 필요없다. 이것이 나를 위한 한 발이었다고 착각하던 그 시간 동안. 남아있던 총알들은 헛발로 날아가고 빨간불에 멈춰버린 나에게는 텅빈 총집만 남는다.


지나간 공고들을 보면 무엇하리. 놓친 기회는 잊어야하는데.














취업은 결국 한 발이다.

내가 갈 수 있는 직장은 어차피, 하나다.

그 한발을 과녁에 맞출 때 까지 총알 장전을 해야하는데, 이런,


자꾸만 과녁에 맞았다고 착각한다.

두려움에 총알을 쏘고 싶지 않다.

쏘고 난 과녘을 확인하고 싶지 않다.

그냥 소중한 총알을 손에 쥐고, 희망을 안고, 하루 만 더 간간히 버티고 싶다.













님아, 내게 결과를 알리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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