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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 navorski Aug 10. 2021

서로 다른 한일전

일본과의 대결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된다는 말처럼 스포츠 경기에서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한일전에 열광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다른 한일전이 있었다. 이전과 같이 대부분의 미디어에서는 반일감정에 기대어 한일전을 다루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을 보았던 이들에게는 다른 한일전이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여자배구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세계랭킹 1위(미국), 2위(브라질), 3위(중국)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한 한국의 4강진출은 기적의 가까웠다. 죽음의 조에서 브라질과 세르비아를 꺾고 이탈리아와 겨룬 8강전에서 승리하며 여자배구는 수십간에 큰 관심을 받게 된다. 특히 전날 한국 축구 대표팀이 홈팀 영국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모든 관심과 인기가 그대로 여자배구에 옮겨왔다. 게다가 한일전이라니. 한일전에 열광하는 마음과 언더독의 승리를 기원하는 마음이 한 곳에 모였다. 


이전과는 다른 큰 관심으로 시작한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은 세트스코어 3:0으로 일본이 승리했다. 쏟아지던 관심과 달리 한국팀은 3선승 경기에서 한 세트도 이기지 못했다. 경기내내 일본의 전술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이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패배 원인으로 일본의 철저한 준비를 언급했다. 일본에서 여자배구는 큰 인기와 세계 정상급 실력으로 많은 지원을 받아 왔다. 기적같은 4강진출로 관심을 받은 한국여자배구와는 달랐다. 한국 여자배구는 그 이전에도 아시안게임 금메달 회식으로 김찌찌게를 선택하고 선수들의 대회 상금 횡령 전과도 전과도 있다. 2012년 런던에서 역시 한국과 일본의 스텝 수 차이가 눈에 띄었다. 선수들의 간절한과 정신력으로 기적같은 성과를 이룰 수는 있지만, 전략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단체스포츠에서는 메달권에 가까워질수록 정신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일본선수 개인에 대한 분석정도 그쳤던 한국팀과 달리 일본팀은 경기 내용에서도 선수 개개인의 습관은 물론 한국팀의 전술과 약점에 따른 전략을 가지고 나온 모습이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났다. 2021년에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다시 일본팀과 만났다. 그리고 9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국민 스포츠스타가 된 김연경선수(하지만 사실 한국만 모르고 있었던 세계적은 스포츠 스타였지만)를 기점으로 여자배구는 점차 큰 관심과 지원을 받아왔다. 도쿄올림픽은 9년전과 달리 여자배구는 당당히 개막이전부터 관심 종목으로 언급되었다. 미디어는 여전히 반일감정을 앞세우며 일본에서 일본을 꺾는 것에 집중했지만, 분명 서로다른 한일전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도쿄에서 보여준 한국여자배구 대표팀의 한일전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은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한국여자배구를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9년전 런던에서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고 한국여자배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김연경 선수를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가 한일전을 더 많이 응원한 이유는 그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9년전 관심과 지원 전략적 한계를 확인했던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서사 또한 완벽했다. 물론 여전히 한국여자배구는 세계랭킹 5위인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9년 전과 달리 서로 충분히 준비된 자세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 결과는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팀의 승리로 끝났다. 접전 끝에 이뤄낸 승리는 분명 선수들의 간절한 집중력의 결과였다. 이 경기에서 승패를 가른것은 과거와 달리 국가적 지원이나 전략의 차이가 아닌 코트 안 선수들의 정신력이었다. 


2021년에도 여전히 한일전은 자극적인 키워드다. 올림픽을 중계하는 3곳의 방송사는 모두 한일전이라는 키워드로 관심을 이끌고 시청률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일전이라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키워드가 유효한지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이번 올림픽은 경기의 승패나 애국심보다는 스포츠 그 자체가 강조된 올림픽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유난히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이 관심을 많이 받았다. 승패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고 경기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박수를 받은 올림픽이다. 경기를 시청하는 이들도 유니폼에 붙은 국기에 따라 선수를 응원하기 보다 5년간의 노력을 선보이는 모든 선수들의 성과를 응원했다. MBC의 축구 중계에서 상대선수의 자책골을 웃음의 소재로 사용한 자막이 논란이 되었던 사례도 여서정 선수와 함께 도마 결승에 진출했지만 안타깝게 큰 실수로 낮은 점수를 받은 미국 선수를 위로하고 응원한 것도 과거와는 달라진 올림픽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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