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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Feb 24. 2024

사랑 후에 남게 되는 것들

사랑 후 남게 되는 취향을 알아채는 순간들이 슬프다. 함께 공유하던 음악으로 빼곡히 채워진 플레이리스트와 무심코 튀어나온 특유의 표정과 말투 그리고 행동. 변해버린 입맛까지. 어쩌면 걸음걸이조차 닮아버렸는지 모르겠다. 늘 한쪽으로 바짝 붙어 걷던 버릇이 남아있다. 왜냐 묻는다면 항상 너 있던 곁을 빈자리 마냥 남겨두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손을 잡고 걷던 거리. 같이 자주 먹던 음식. 초코 라테와 단것을 좋아하는 날 위해 함께해 주던 디저트들. 카페를 참 많이 다녔던 탓에 어느 카페를 가든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사진첩을 지우며 일상에 네가 완전히 스며들어 있었음을 깨닫는다. 네 사진을 지우니 용량이 넘쳐난다. 그만큼 너였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이리저리 뒤섞이며 내게서 너를 발견한다. 보조개처럼 푹 파인다. 더 이상 먹지 못하겠는 음식과 듣지 못하겠는 음악과 가지 못하겠는 곳, 입지 못하겠는 옷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툭 네 말투를 내뱉을까 말을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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