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또 Feb 26. 2024

봄이 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서 보고 싶다. 어디서부터 널 잊어야 할지 모르겠다. 텅 빈 방안 너의 음성이 없는 하루는 송장처럼 누워지내다가 고작 하는 일이 우는 일뿐이었다. 주말이면 당연하듯 널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이젠 그러한 약속이 없는 매주가 될 테니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진다.


매일 네가 꿈에 나온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 새벽에 깨어난다. 조만간 넌 나를 까맣게 잊고서 다른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이게 조금 억울하긴 하다. 네가 살면서 단 한 번쯤은 나를 헤아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널 원망하면서도 추억하며 꾸준히 사랑을 덜어내려는 노력을 하느라 정신이 나간다.


넌 나의 행복을 앗아간 사람이란 걸 자꾸만 까먹으려 한다. 기억이 미화된다는 게 이러한 것일까. 아직 사랑이라고 부르니 몹시도 아리다. 나의 모든 처음이 너였고 이걸 후회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였었는데. 날이 조금 풀렸다. 이대로 봄이 오면 너에게서 나는 전부 사라질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 후에 남게 되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