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통이 심한 날이었어. 날씨가 흐려서 그랬나.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에 오래 머물렀던 탓이었을까. 습관처럼 서랍에서 약을 꺼내 먹으려다가 멈칫했어. 어디선가 약을 그만 달고 살라는 잔소리가 들리는듯해서. 안 그래도 요즘 여러모로 다시금 약을 찾는 횟수가 늘어가던 참이었거든. 끼니는 대충 때웠고 저녁 운동을 예약했어. 오랜만에 가는 거이긴 한데 무기력함을 이기기가 힘드네. 자도 자도 모자란 게 잠이라 그런가. 일찍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데도 좀처럼 피로가 가시지 않아. 몸이 축 늘어지기 일쑤네. 그럼에도 건강을 위해서라면 역시나 운동이라도 계속해야 되겠지?
사는 게 참 어렵다. 힘들어. 어제는 지인을 만나 내가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정의 내릴 수 있냔 질문을 받았는데 제대로 입도 벙긋 못하겠더라. 나는 왜 여태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해서 형체가 있는 것도 아닌 감정들에게 사로잡혀 시들어가는 걸까? 어쩌면 내가 나를 망치고 있단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여하튼 여차저차 하루가 또 갔네. 모든 걸 포기하고 싶고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다시 한번 더 삶을 믿어보자는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상이 저물었어.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지는 이제 누군가에게 묻지 않을게. 내가 나를 돌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