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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Mar 26. 2024

오늘은 결국 울었어요

며칠째 되었나. 도대체 며칠이 되어야 괜찮아질 수 있으려나. 이마까지 덮어두었던 이불을 끌어내렸다. 한참을 천장만 바라보다가 기지개를 한번 켜고 일어나 마른 세수를 한다.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일상이었다. 단지 내가 되찾지 못할 것들이 생겼고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잊어야만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단 점과 더 이상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단 점이었다.


폐허가 된 마음과는 달리 세상은 잘도 돌아갔다. 그리고 나도 그 사이에 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평소대로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고 일주일에 두어 번은 운동을 하며 열시가 되면 일찍이 잠에 들었다. 재미난 게 하나도 없다. 웃다가도 혼자될 경우 금방 입꼬리를 축 내린 채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고자 급급했다. 정신 차리고 마음을 다 잡으란 주변인들의 일침에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핸드폰 번호도 바꾸고 이름도 바꾸고 나와 관련된 모든 걸 지워버리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걸까 생각했다. 가능한 전부를 기억하지 않으려 했다. 하루 일상마저 기억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미 기억이 되어버린 것들을 외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누군가에게 힘껏 안겨 울고 싶었고 누군가가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며 붙들어줬으면 했다. 오늘은 마침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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