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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May 15. 2023

'알라딘'이라는 브랜드

브랜드 디깅 #1. 알라딘

이번에 새로 시작한 '마브독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독서모임의 준말)' 북클럽에서는 매주 특정 '브랜드'를 디깅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첫 과제는 '국내 기업 디깅'. 여러 브랜드가 머리에 스쳐갔는데, 결국 나는 알라딘을 파보기로 결심했다.


‘알라딘’ 선정 이유

디깅할 브랜드를 선정하기 앞서, 나름의 선정기준을 세워보았다.  

내가 적어도 3번 이상은 사용한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브랜드

3번 이상 이용 했음에도 잘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브랜드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용할 의사가 있는 브랜드

선정 기준을 세우고 나니, 떠오르는 브랜드가 몇개 없었다. 그 중에서 마침 ‘북클럽’에서 진행하는 과제이기도 했고, 책을 구매할 때면 자주 이용하는 채널인 ‘알라딘’을 디깅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되짚어보니 책을 구매한 경험 외에 알라딘에 대해서 아는 점이 딱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브랜드가 맞는지 살짝 아리송 하기도 했으니까, 디깅하기 딱 좋은 브랜드였다.


알라딘의 흐름

설립부터 지금까지 알라딘이 흘러온 길을 나무위키와 뉴스기사를 토대로 짚어봤다.

1998년 11월 23일 : 설립, 창업자 - 조유식

1999년 7월 14일 : 온라인 사이트 오픈

2003년 : 나의 서재 블로그 서비스

2008년 2월 : 온라인 중고서점 오픈

2008년 : 당일 배송 서비스 오픈

2009년 12월 30일 : 서점사이트 최초 ActiveX 폐기

2011년 9월 11일 : 종로 2가 ‘알라딘 중고서점’ 오픈

2018년 8월 16일 : 북펀드 서비스 시작

2019년 3월 : 오디오북 서비스 시작

2019년 : 대표자 변경 조유식 → 최유경

2019년 : 자체 콘텐츠 & 유튜브 채널 ‘알라디너TV’ 시작

2021년 2월 15일 : 서울 및 경기 지역 <양탄자배송> 시작

2023년 1월 11일 : 창작 플랫폼 ‘투비컨티뉴드’ 오픈

2023년 3월 28일 : ‘단한권 인쇄소’ 서비스 시작


알라딘의 시작

알라딘 커뮤니케이션은 1998년 11월 23일에 설립되어, 2023년 현재 약 24년째 운영중이다. 창업자는 조유식. 1998년 사업 아이템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e-mail의 상용화를 보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변화에 대해 감지했다. 그리고 대형서점 체인인 '반스&노블’에서 전해지는 편안하게 책을 읽는 분위기를 시셈하여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인터넷에서 더 좋은 서점을 만들자는 포부를 가지고 ‘알라딘’을 시작한다.

예스24나 인터파크·교보문고 등 이미 인터넷 서점은 포화 상태. 하지만 책 이름과 출판사, 연도 정도를 갖춘 경쟁업체의 도서검색 데이터베이스(DB)를 보며 더 좋은 인터넷서점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5,000만원으로 시작한 알라딘은 설립 6년 정도 지나니 대외 채무가 60억원까지 불어났다. 더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즈음,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실행한 덕이라고 조유식 대표는 말한다.


알라딘의 성장

도서출판 분야 시장(매출) 1위는 교보문고(2020년 6942억), 2위가 예스24(6130억)이다. 알라딘(4295억)은 3위. 1위와 3위의 매출 차이가 2000억이 넘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을 봤더니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알라딘, 예스24, 교보 순이었죠. 금액 차이도 생각보다 컸습니다. 247억, 104억, 6억입니다(놀랍죠?)

- 폴인 ‘알라딘은 어떻게 마케터 3명으로 4300억 매출을 냈나’, 2021년.

알라딘은 순 영업 이익이 가장 높은 국내 도서 출판 브랜드가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요즘 대두되는 브랜딩이나 마케팅에서는 이들의 성공 요소를 찾을 수 없다. 정답은 본질에 있었다.


알라딘의 성공

알라딘을 들었을 때, 알라딘의 광고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마케팅에 투자될 돈과 노력을 ‘서비스’에 집중시켰다. 조직에 마케팅 부서 또한 없다. 기획팀에서 모든 일을 관장한다. 20년 넘게 알라딘에서 일하며 현재 기획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성동 기획본부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부서명은 기획팀입니다. 팀 이름만 봐도 아시겠죠. 알라딘은 늘 서비스 기획이 먼저였고, 마케팅은 후순위였습니다.


전자 상거래의 본질 ‘서비스’에 집중한 것. 서비스 기획에 우선순위를 두기 위한 전략은 2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1️⃣ '남들과 다르게 일하자' : 남들과 다르게 일하자는 것은 알라딘의 일하는 문화이자 철학이다. 모두가 브랜딩과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할 때, 본질인 서비스에 집중했다. 서비스가 뛰어나면 별다른 브랜딩과 마케팅 없이도 고객이 ‘알라딘’을 기억할 것이라 믿는다.
2️⃣ 선택과 집중, 잘 포기하는 기술 : ‘책’을 판매하는 유통 구조상, 마진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실질적인 이유(마케팅에 쓸 돈이 부족한) 때문에라도 알라딘은 오롯이 서비스에만 투자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마케팅과 브랜딩을 포기하면서 집중한 서비스에서 지키고자 한 가치 또한 두가지로 말한다.

1️⃣ 최고의 서비스, 가장 먼저 선보이기 : 앞서 살펴본 알라딘의 흐름에서, 알라딘은 다양한 시도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결국 가장 먼저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각인’되는 효과를 중시했던 것.
 2️⃣ CS 업무는 CS팀만의 일이 아니다 : 고객의 불만, 소리들에 대응 하는 것을 단순히 CS팀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한다. 중요한 사안의 경우 대표까지 참여하여 모든 하던 일을 멈추고 함께 해결책을 강구한다고.


결국 알라딘의 성공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 온전히 ‘고객’에만 집중한 결과이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Active X를 없애고, 다양한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며 당일 배송을 넘어 양탄자 배송, 그리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하고 되팔 수 있는 중고서점까지. 고객이 책을 보다 쉽게 접하고 구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탓에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책 관련 서비스   

추천 마법사 : 구매내역, 관심 등록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책 추천

이 광활한 우주점 : 중고책 거래. 책을 검색하면 지점별로 보유 책이 나옴. 일반 판매자가 중고로 책을 올릴 수 있음

북플&서재 : 블로그처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나의 서재에서 읽은 책을 관리할 수 있고, 글을 작성하여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

북펀드 : 펀딩 시스템으로 책에 후원을 하고, 펀딩이 성공하면 책을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

이 책의 한 문장 : 랜덤으로 책의 한문장을 살펴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영상으로 책을 살펴보는 카드리뷰와 북트레일러 서비스도 함께 있다.

알라디너TV : 저자와의 북토크, 책 추천, 다양한 북튜버 소개 등 영상으로 소개하는 책 관련 이야기

단한권 인쇄소 : 절판된 책을 알라딘이 인쇄하여 판매하는 서비스


책 외의 서비스   

굿즈 : 굿즈를 샀더니 책이 딸려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위 덕후들의 취향 저격하는 굿즈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로 유명하다. 16년 맞이 ‘알라딘 최강 서비스 투표’에서 약 1만 4천명 중 25%가 ‘알라딘 굿즈’에 투표하며 가장 인기있는 서비스에 등극되기도 한다.

커피 : 왜인진 모르겠으나 커피도 판매한다. ‘칼리타와 하리오’ 제품을 판매하며 싱글 오리진은 물론 자체 개발 블렌딩도 판매중이다.

음반&블루레이 : 중고 음반과 블루레이를 구매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


내가 바라보는 알라딘

 알라딘을 처음 알게된 것은 ‘알라딘 중고서점 홍대점’을 통해서이다. 걸어가는 길에 들어온 문구는 ‘오늘 들어온 책 000권’ 이라는 거대한 간판이었고, 그 위에 그려진 요술램프 모양이 눈길을 끌었다. 그땐 그저 단순한 중고 책방이라 생각했다.

이후 책을 조금씩 구매하면서, 언젠가 부터 알라딘만 이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컸던 부분은 역시나 ‘중고책’ 이었다. 안읽는 책을 팔아 마일리지로 적립하고, 그 마일리지로 다시 중고책을 거래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온라인에서 중고책 구매가 가능해지고는 새책과 함께 구매하면 배송비가 무료이기도 해 저렴한 가격에 여러권을 구매할 수 있어 타 사이트와 대체가 불가능했다. 약속시간이 조금 뜰때는 눈에 보이는 알라딘 서점에 들어가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 리스트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최근 ‘단한권 인쇄소’라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절판된 책을 알라딘이 제작하여 판매하는 방식의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를 보고 알라딘은 정말 ‘독서인’들에게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브랜드 디깅을 진행하면서 그에 대한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다. 그들은 서비스에 진심이었다.


알라딘은 마케팅이나 브랜딩보다 서비스에 집중합니다. 본질인 서비스가 탄탄하면 서비스 그 자체로 알라딘을 인식하게 될 거라 생각했죠. (중략)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브랜딩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CS 업무에 대표이사까지 뛰어들어 고객 경험의 퀄리티를 높였습니다.

- 김성동 알라딘 기획본부장


가끔 브랜딩이나 마케팅이 거창한 것 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위한 브랜딩, 마케팅’인지 모른채 진행되는 일들이 허다하다. 알라딘의 고객과 서비스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행위가 브랜딩과 마케팅을 논하기 이전에 집중되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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