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쥬드 Oct 27. 2022

It's a leap year

애플, 카피라이팅의 마법

아이폰 12가 애플 홈페이지 상에 등장했을 때였다.(지금은 14가 나왔지만) 나는 애플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박적으로 얘기하곤 하나, 홈페이지에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꽤나 맘에 들어한다. 특히 그들의 재치 넘치는 문구들을 영문과 한글로 비교해가며 보는 건 즐기는 취미 중 하나이다.


가끔 사대주의적 사상으로 영문이 무조건 멋지다는 요상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광고는 한글의 압승이다. 정말로.

2019년 아이맥이 발표되었을 때, 메인 슬로건은 'Pretty. Freaking Powerful'로 직역해보자면 '아름다우면서 빌어먹게 강력한' 정도로 해석된다. 여기서 애플 코리아는 이 슬로건을 Freaking 하게 한글로 번역한다. '우아한 야수'. 아이맥의 미려한 외관과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모두 표현하는, 역설의 끝을 보여주는 카피라이팅이라 생각한다.


애플은 역설, 운율, 간결함, 재치를 담아내는 문장을 참 잘 만든다. 심지어 영문을 한글로 번역할 때도 단순 번역 관계가 아닌 각 언어의 특성을 적용하여 색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내포하는 '마법'을 보여준다. (애플은 유독 magic이라는 단어에 집착한다.)


이번 아이폰 12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문구는 'It's a Leap Year.'. 직역하면 '윤년이다' 정도다. 윤년은 4년마다 2월이 29일까지 있는 366일의 해로, 마침 아이폰 12가 공개된 2020년이 윤년이기도 했다. 물론 저 문구는 Leap가 가진 '뛰어넘는'의 의미와 Year의 '시간' 개념을 더해 기술의 향상과 5G의 도입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leap time'으로 표현하는 대신 'leap year'로 표현하면서 중의적 해석의 여지를 주며, 의미와 재미를 만족시키는 문장을 완성시켰다. 반복되는 'ea'를 통해 언어적 운율감을 주는 것은 덤이다. 애플 코리아는 이를 '도약의 시간'으로 번역하며 'leap year'의 직관적 의미를 살려내었다.


애플도 분야별로 분업화되어있을 것이다. 기능을 개발하는 부서, 디자인을 관장하는 부서,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 모션그래픽을 담당하는 디자이너..


그들 모두가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이해하고 있고, 같은 시선으로 제품을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시각적 언어를 사용해야 본인들의 고객이 반응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멋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분명 뛰어난 카피라이터, 디자이너의 개인적 산물은 아닐 것이다.


애플은 인터널 브랜딩의 승리라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드가 고객에게 말을 걸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