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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Jun 20. 2023

슈퍼 노멀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슈퍼 노멀'을 읽고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던 학부생 때, 이런 책들을 안 읽고 뭐 했나 모르겠다. 차별화를 위한 디자인을 고집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처음을 상기시켜 주는 교과서와 같은 책, '슈퍼노멀'을 읽었다.


슈퍼노멀은 제품 디자인의 동양대표 '후카사와 나오토'와 서양대표 '재스퍼 모리슨'이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동명의 전시의 이름이다. 책에서는 해당 전시에서 소개된 제품들을 통해 저자들이 생각하는 '슈퍼노멀'이라는 가치에 대해 설명해 준다.


슈퍼 노멀은 단어를 그대로 풀어보자면 '최고로 평범한' 정도로 읽힌다. 책 후반부 등장하는 잡지 '도무스'의 편집장 피치의 해석에 따르면 라틴어 'norma'는 규칙을, '슈퍼'는 '너머의'라는 뜻을 의미하므로 '규칙을 뛰어넘는 어떤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며 '정말 평범해서 모든 성질을 평범함으로 응축하여 특별한 평범함으로 표출하는 것 (p100)'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당최 글로 읽으면 뭔 소린가 싶은데, 이 두 디자이너들이 전시품으로 선정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super normal 전시된 210개의 제품 중 일부. 출처-구글이미지 검색

슈퍼 노멀로 선정된 제품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디자인도 있고,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디자인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편안'하다는 것. 보는 것 만으로 어찌 사용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는 이 제품들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모리슨은 '제품을 눈에 띄게 하려는 충동'을 배제시킨 것이라 말한다. 당연한 것은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 한 게 없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기만 한 물건들은 '노멀'할 순 있어도 '슈퍼 노멀'할 수는 없다. 'super'라는 최고의 찬사가 앞에 붙기 위해서는 약간의 비틂이 필요하다. 여기서 디자이너의 능력이 발휘된다. 오래도록 사용되던 형태를 차용하되 소재를 변화시켜 쓰임의 순간을 변화시키거나, 크기를 변화시켜 사용되는 환경을 바꾼다. 일례로 '거위알'과 '휴지통'이 등장하는데 아래와 같이 서술한다.

물체의 일반적 크기와 비례가 바뀌면서 슈퍼노멀한 속성이 생긴다. 거위 알을 보면서 형태가 새롭다고 놀라지는 않지만, 알의 크기가 잠시나마 착각을 일으킨다. 이를 통해 평범한 무언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한다. p46
이 쓰레기통은 대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쉬운 기술적 요소를 역으로 활용하여, 평범함을 넘어서는 평범함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p14

즉 당연한 것을 다르게 바라보면 특별함이 나온다는 것. 슈퍼노멀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알아채는 것'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슈퍼노멀은 단지 평범함에 집중할 뿐이라고 모리슨은 말한다. 살아오면서 당연하다고 치부하던 것들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는 꼭 물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내면의 요소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평범하다고 느껴지는 능력들도 충분히 무기가 될 수 있다.

평범함이 극대화되면, 그것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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