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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Apr 14. 2021

내 아이디어는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 것일까

혼자 생각해본 브랜드 마케팅의 기준

'구독자가 5만명인 잡지에 노출되면 5만명이 다 방문하는건가요?'

어느날 내가 들고간 기획서를 보며 상사가 말했다. 기대효과에 쓰여진 잡지 구독자 수와 노출 예상 숫자를 보던 찰나였다. 예상치 못한 어이없는 질문에 머리가 멍해졌다.

'5만명이 전부 방문한다고 볼수는 없지만, 인지가 그만큼 올라간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결국 언젠가 저희 공간에 오게 될지도 모르고...'

아뿔싸, 나도 모르게 주절주절 말이 나오는 순간 상사의 입꼬리에 웃음이 스친다. 말려들어 버렸다.

어찌저찌 컨펌을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길었다. 도대체 내 아이디어에 대한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나는 오프라인 상업시설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쇼핑몰이라 불리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가장 큰 목표는 '매출'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마케팅 활동이 매출만 바라며 진행될 수는 없다. 구매를 하기 위해선 먼저 공간에 방문해야하고, 그러려면 브랜드를 인지하고있어야 한다. 단순히 인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보고싶다' 라는 마음이 일어야 한다. 즉 숫자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고객 마음속에 일어나는 인식의 지표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더욱이 사람마다 어떤 공간을 가고싶게 되는 계기는 천차만별이다. 맛집이 있어서, 그곳에서만 살수있는 제품이 있어서, 이벤트를 참가하기 위해, 집 근처여서, 애인이 가자고 해서...

이러한 수많은 이유 중 우리 브랜드가 자극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다. 이를 고객들이 알도록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우리의 고객이 쓰는 '언어'로 치환하여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머무는 '서식처'에 소식을 넣어야 한다. 포인트, 언어, 서식처. 이 세가지 중 한가지만 삐끗해도 고객은 바로 외면한다. 우리의 브랜드 이야기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브랜드 마케터가 할 일이다.


그러나 도통 이러한 활동에 대한 결과치는 예상할 수가 없다. 그날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와 같은 싸구려 질문은 할 수 없지 않은가. 특히 온라인 활동은 더욱 결과를 알기 쉽지 않다. 조회수 혹은 좋아요의 숫자가 정말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을까?


결국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명확한 기준과 그에 기반한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마케팅은 '브랜드의 언어로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게 되는 것부터 사용하게 만드는 모든 활동'이기 때문에 그 범위가 굉장히 넓다. 따라서 모든 단계에 같은 기준과 데이터를 사용하면 오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모든 마케팅 행위는 어떤 단계에 해당되는지 생각하고, 그 단계의 KPI에 해당되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한다. 이를 기반으로 실행한 이벤트를 리뷰하고 다음 활동을 계획한다.' 는 가설을 세우고 진행에 돌입했다. 고객이 브랜드를 알게되고 최종 목적까지 가는 단계를 나누고, 각 단계별 활동 및 KPI를 예측해보기로 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계와 사람의 지갑을 여는 단계

먼저 마케팅을 진행하며 문제에 봉착하는 부분이 어디였는지 돌이켜보았다. 크게 떠오른 키워드는 '장기적 vs 단기적'이었다. 장기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더 많은 사람이 알리는 행위를 하는 것과 단기적으로 당장 우리의 브랜드의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전자는 꾸준하게 고객들이 우리를 알아보도록 계속 일관된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것에 의의를 둔다. 후자는 전자를 통해 우리를 알게된 사람들이 실제 이용하는데 의의를 둔다. 즉 전자를 통해 우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의 풀을 넓히고, 후자를 통해 그 사람들이 우리를 이용하도록 한다. 오프라인 쇼핑몰에 적용시키면 '노출시키고 인지하게 한다' '방문하고 구매하게 한다'로 치환이 된다.

이를 간단하게 도식화시켰다. 우리를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봐달라고 소리치는 노출 단계, 우리를 알게된 고객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인지 단계, 기꺼이 우리 공간으로 방문하는 단계, 그곳에서 크고작은 소비가 일어나는 구매 단계, 총 4단계로 구성해 보았다. 각 단계를 거칠수록 깔때기가 좁아지는 형태인데, 저 깔때기의 모습이 나중에는 둥그스름한 반원 형태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 생각했다.

하단부분도 둥그스름한 우측의 모습이 이상적이다.

각 단계는 앞서 말했듯 목표가 다르다.

노출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보여졌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비용대비 노출수인 'CPM_Cost Per Mile' 등의 지표를 활용하여 성과를 측정한다.

인지 단계와 노출 단계의 가장 큰 차이점이 '관심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이름은 들어봤으나, 관심이 없다면 그건 인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노출 당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표출하는 정보를 성과 지표로 삼았다. '좋아요 수'라던지 '댓글' '저장' '공유' 따위의 고객 반응이었다.

방문 단계는 말그대로 우리의 공간에 와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문자수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방문자 트래킹 시스템이 설치되어있다면 공간별 방문자를 체킹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특정 이벤트 시 방문율, 특정 활동을 벌인 공간의 방문 상승율을 체킹하여 성과측정한다.

마지막 구매의 단계는 심플하게 매출을 지표로 잡는다. 이벤트 전 후의 매출 상승율, 영수건수 증가랑 등을 통해 활동의 성과를 책정한다.

각 단계별 간략한 활동과 그에 따른 KPI를 정립했다. 이 부분을 팀의 활동에 맞춰 세분화하려 했으나..

이렇게되면 일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우리 브랜드의 상태를 진단하여 어느 단계가 부족한지를 인지한다. 해당 단계에 맞는 이벤트, 홍보 등을 준비하고 이를 시행한다. 단계별 KPI 지표를 분석해서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피드백하여 다음 활동에 적용시킨다. 노출-인지 단계를 통해 우리의 잠재 고객들을 계속해서 넓혀나가고, 방문-구매 단계를 통해 단기적 목표를 달성시킨다.


혼자 생각해본 가설이었기에 이를 팀에 공유하고 함께 발전시켜 팀 활동의 근거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보기좋게 해당 내용은 팀장님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당시 조직 개편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거니와, 우리 팀의 R&R이 불분명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치열하게 설득하려 했는가하면 그렇지 않다. 나름 고심한 내용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알겠는데..'로 시작하는 대화에 막혀버린 것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 팀은 여전히 업무와 성과 지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글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다양한 마케팅 기준을 참고하여 필자가 재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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