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생각해본 브랜드 마케팅의 기준
'구독자가 5만명인 잡지에 노출되면 5만명이 다 방문하는건가요?'
어느날 내가 들고간 기획서를 보며 상사가 말했다. 기대효과에 쓰여진 잡지 구독자 수와 노출 예상 숫자를 보던 찰나였다. 예상치 못한 어이없는 질문에 머리가 멍해졌다.
어찌저찌 컨펌을 받고 자리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길었다. 도대체 내 아이디어에 대한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먼저 마케팅을 진행하며 문제에 봉착하는 부분이 어디였는지 돌이켜보았다. 크게 떠오른 키워드는 '장기적 vs 단기적'이었다. 장기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더 많은 사람이 알리는 행위를 하는 것과 단기적으로 당장 우리의 브랜드의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전자는 꾸준하게 고객들이 우리를 알아보도록 계속 일관된 이야기를 쌓아나가는 것에 의의를 둔다. 후자는 전자를 통해 우리를 알게된 사람들이 실제 이용하는데 의의를 둔다. 즉 전자를 통해 우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의 풀을 넓히고, 후자를 통해 그 사람들이 우리를 이용하도록 한다. 오프라인 쇼핑몰에 적용시키면 '노출시키고 인지하게 한다'와 '방문하고 구매하게 한다'로 치환이 된다.
이를 간단하게 도식화시켰다. 우리를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봐달라고 소리치는 노출 단계, 우리를 알게된 고객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인지 단계, 기꺼이 우리 공간으로 방문하는 단계, 그곳에서 크고작은 소비가 일어나는 구매 단계, 총 4단계로 구성해 보았다. 각 단계를 거칠수록 깔때기가 좁아지는 형태인데, 저 깔때기의 모습이 나중에는 둥그스름한 반원 형태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 생각했다.
각 단계는 앞서 말했듯 목표가 다르다.
노출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보여졌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비용대비 노출수인 'CPM_Cost Per Mile' 등의 지표를 활용하여 성과를 측정한다.
인지 단계와 노출 단계의 가장 큰 차이점이 '관심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이름은 들어봤으나, 관심이 없다면 그건 인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노출 당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표출하는 정보를 성과 지표로 삼았다. '좋아요 수'라던지 '댓글' '저장' '공유' 따위의 고객 반응이었다.
방문 단계는 말그대로 우리의 공간에 와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문자수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방문자 트래킹 시스템이 설치되어있다면 공간별 방문자를 체킹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특정 이벤트 시 방문율, 특정 활동을 벌인 공간의 방문 상승율을 체킹하여 성과측정한다.
마지막 구매의 단계는 심플하게 매출을 지표로 잡는다. 이벤트 전 후의 매출 상승율, 영수건수 증가랑 등을 통해 활동의 성과를 책정한다.
이렇게되면 일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우리 브랜드의 상태를 진단하여 어느 단계가 부족한지를 인지한다. 해당 단계에 맞는 이벤트, 홍보 등을 준비하고 이를 시행한다. 단계별 KPI 지표를 분석해서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피드백하여 다음 활동에 적용시킨다. 노출-인지 단계를 통해 우리의 잠재 고객들을 계속해서 넓혀나가고, 방문-구매 단계를 통해 단기적 목표를 달성시킨다.
혼자 생각해본 가설이었기에 이를 팀에 공유하고 함께 발전시켜 팀 활동의 근거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보기좋게 해당 내용은 팀장님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당시 조직 개편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거니와, 우리 팀의 R&R이 불분명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치열하게 설득하려 했는가하면 그렇지 않다. 나름 고심한 내용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알겠는데..'로 시작하는 대화에 막혀버린 것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 팀은 여전히 업무와 성과 지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글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다양한 마케팅 기준을 참고하여 필자가 재편집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