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년 차 뽀시래기의 스타트업 성장기
(퇴근을 앞두고 있던 어느 금요일 저녁에 가볍게 나누었던 이야기를 잊고 싶지 않아 정리한 글입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기와 머리도 식히고 인사이트도 공유하기 위해 각자의 배움과 고민을 두서없이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간식을 가지러 온 CEO가 뜬금없이(?) 저희의 대화를 경청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그날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CEO긴 하지만, 그러기에 좀 많이 편한 우리 대표님 ㅎㅎ...)
그날 대화의 화두는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일까?'
'조직의 성장에 내가 기여하고 있기는 할까?'
'이 업무에 내가 맞는 걸까?'
업무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 생겼지만, 기대한 만큼 파트너 제휴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정비소 사장님과 업무를 진행하는 저와 달리, 국내 유수 대기업의 실무자와 협업하는 동료를 보면 괜한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심의 싹이 마음속에 심어지니, 제 자신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조용히 제 이야기를 경청하던 CEO가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주드, 저희 회사가 비즈니스 미팅을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무엇인지 아세요?"
'...?'
"제대로 된 차량 전문가 없이, 어떻게 이런 플랫폼을 구축하셨어요?"
"사람들은 흔히 일을 잘하려면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도메인 지식은 창업과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크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아닙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질문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프로세스를 발견하는 것이에요."
이 말을 듣고, 과거 취업 준비를 하던 제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인턴을 마치고 막 귀국해서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그간 해온 해외 인턴, 공모전, 어학점수를 믿었기에 합격을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70번의 서류 탈락.
그때 저는, 해당 분야 혹은 산업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스펙이 제 가치를 증명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높이 평가되었던 것은 스펙이 아닌
'내 역할에서 어떻게 문제를 정의했으며, 해결했고, 이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였습니다.
위 이야기와 함께 현재 기대했던 방향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불안했던 제 마음도 조금은 진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제가 과소평가했던 수십 곳의 정비소와 디테일링 샵 미팅 경험이 오피스에서는 얻을 수 없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제 업무의 인사이트가 되어주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 조직은 질문이 언제나 환영받는 문화를 갖고 있기에
저의 무지를 부끄러워하고 숨기는 대신 적극적인 질문을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을 도구로 보지 않고 이런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회사이기에 제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기업에서는 3년이지만 저희 기업의 경우 1년 차가 되었을 때,
문제를 발견하고, 일의 순서가 머리에 그려지며,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Level이 되어야 한다더군요.
제가 2020년 11월 30일에 입사했으니, 2021년 11월 29일에는 문제의 A to Z를 그려나갈 수 있는 인재로 성장했을지 너무 궁금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내일을 준비하러 이만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