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줄 안다는 착각
한정된 리소스로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내야 나는 스타트업에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선순위라는 것이 정해지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업무는 당연히 잊히게 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제 기대와 달리 우선순위와 반드시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큰 기대를 안고 했던 것이 아무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기대도 안 한 것이 큰 결제수를 만들어낼 때 기쁨보다는 의문과 허탈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줄 안다고 생각했던 제 착각)
그러한 케이스를 몇 번 경험한 뒤부터는 제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는 대신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례나 데이터를 꼭 인용했고, 없다면 찾기 위해서 스스로 작은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최근 진행했던 신규 파트너(정비소) 방문 유저 설문이었습니다.
제휴 전략 설정을 위한 데이터 분석 중 인근에 좋은 리뷰를 가진 기존 파트너가 대신 리뷰 하나 없는 신규 파트너를 방문하는 고객층을 발견,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핵심 가설과 질문만 정리한 뒤 바로 유저들에게 전화를 걸어 반나절만에 유의미한 제휴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평소의 방법대로 했다면 2~3일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을 주변 동료들에게 문제가 될 요소(ex. 개인정보호보법)만 빠르게 파악하고 작은 규모로 빠르게 실행하여 반나절만에 완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제휴 전략의 단초를 찾은 것보다 내 가설에 대한 검증을 낮은 기회비용으로 빠르게 진행한 점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줄 아는 안목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함부로 속단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방법은 알게 되었습니다.
더 빠른 성장을 위한 가능성은 그동안 해왔던 것이 아닌 안 해왔던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새로운 것을 찾아서 안다는 착각 대신,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으로 찍먹해 볼 예정입니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