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가 아닌 숨 고르기였던 한 해
조금 늦은 2023년 회고를 해보려 한다.
2023년은 20대를 지나 30살(한국 나이 기준)에 접어든 해이다.
혹자는 만 나이로 여전히 20대라고 했지만,
20대의 10년을 치열하게 살아온 입장에서 내 20대는 이만 보내주고 싶었다.
30대가 되니 20대 때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은 좀 사라지고
20대에 했던 노력을 바탕으로 적당한 경력과 경쟁력이 생겼으며
열심히 모아 놓은 자산 덕분에 조금은 안정감을 갖고 장기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결혼이나 내 집 마련과 같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고민에 접어들었다 ㅎㅎ...)
매년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생을 입체적으로 살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편이다.
반면 2023년은 별다른 시도 없는 비교적 평탄한 한 해로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2023년은 큰 의미가 없던 한 해였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NO라고 답할 수 있다.
2023년은 특별한 무언가 대신 반복된 일정과 사색의 시간이 많았던 한 해로 기억한다.
(극 'E'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그리 싫지만은 않더라)
어느 때보다 많이 배드민턴을 쳤고(주 3회 이상),
주말에는 밖을 나가는 대신 책을 읽거나 생각을 끄적였고(독서 42권),
그 어느 때보다 커리어에 대해서 깊게 고민했다(첫 경력기술서 및 인강 수강).
좋은 배드민턴 코치님과 팀원들 덕분에 일취월장한 내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입상까지 했다),
여러 권의 독서와 사색을 통해 사고의 확장을 경험했으며,
주어진 역할을 멋지게 해내는 것을 넘어 내 커리어의 방향을 작게나마 결정할 수 있는 안목을 얻었다.
물론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내 안의 순수한 열정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무지에서 오는 순수한 열정과 용감함이 있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해야 할 이유를 먼저 찾았다면,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이 깊어진 만큼 행동이 느려졌다.
각각 장단점이 명확히 존재하고 틀린 것은 없다.
하지만 월요일을 기다리며 살던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래서 2024년은 아이러니하게 채운만큼 비워보려 한다.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이룬 성공 경험이 나를 옭아매고 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매일 바뀌고 있으며
내가 원하는 변화의 크기는 평범함을 아득히 넘어선다.
그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배운 것을 비우고 그 안에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우고 도전할 것이다.
이전의 경험과 도전에서 내가 가져가야 할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빠른 학습능력'이지 고정된 데이터가 아니다.
새로운 동료의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계속 흡수하고, 내 것을 나누어주되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알고 믿던 것들을 부정해야 하는 것이기에 분명히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그 방향이 나의 성장을 이끌어 낼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0년 사회에 첫 발을 디뎠던 그때처럼,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끊임없이 습득하며 30대의 10년을 또다시 빛나게 만들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