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캠핑장이 있는 이곳에 온 이후에 날씨가 계속 흐리다. 다행히 우리는 여행 초기 맑은 날씨를 최대한 이용해 주요 포인트를 대부분 방문한 터라 이곳에 온 이후에는 느긋하게 아침 시간도 보내고 글도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닐까?
오늘은 오후 3시까지 맑고 그 이후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집 근처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걸었다. 두 번째 캠핑장이 있는 이곳 (포자 디 파사 Pozza di Fassa)은 그리 유명한 마을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여행 초반에 머물렀던 돌로미티 서쪽의 마을들에 비해서는 더욱 그렇게 보였는데, 대신 마을을 따라 흐르는 하천 옆으로 트레킹 코스가 정말 멋지게 형성돼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는 아니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와 예쁜 경치는 여느 유명 트레킹 코스가 부럽지 않다. 자전거로 트레킹 하기도 그만이다. 지도를 보니 캠핑장에서 약 5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꽤 큰 호수가 있어 그곳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마침 하천을 따라 잘 닦아 놓은 트레킹 코스가 그 호수까지 닿아있어 안성맞춤이었다.
1시간 정도 걸으니 그 호수가 있는 “소라가 (Soraga)”라는 마을에 다 달았다. 우리가 있는 마을과 비슷한 크기의 마을인 듯했다. 삼일동안 비가 내려서 인지 호수의 물은 황토물이어서 우리가 생각했던 알프스 특유의 ”에메랄드“빛 호수를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꽤나 인상적인 호수였다. 호수옆 벤치에 앉아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길을 돌렸다. 오늘은 오후시간에 아주 중요한 계획이 있어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니 3시가 조금 넘었다. 계획한 대로의 시간이다. 우리는 늦은 점심으로 돼지고기와 참치캔을 든든하게 쌈을 싸 먹은 후 어젯밤 예약한 캠핑장 바로 옆에 위치한 ”큐시 터모(QC Terme)“ (이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온천)로 향했다.
이 캠핑장에 도착한 후로 캠핑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이 온천이 꽤나 궁금했는데 (이 지역 그리고 더욱이 캠핑장과는 다소 이질적으로 ”럭셔리“해 보이는 곳이었다.) 찾아보니 아주 유명한 곳이고 이곳을 찾은 많은 관광객이 추천하는 곳이었다. 여행책자 어디선가 이곳 온천물이 유명하다고 하여 한번 와보면 좋겠다 했는데, 마침 비도 오니 산행을 하기도 힘들고, 거기다 캠핑장에서 10% 할인 쿠폰도 제공해 딱 좋은 액티비티라 생각했다.
온천 가격은 오후 5시에 입장에 온천이 끝날 때까지 머무를 수 있는 ”이브닝 티켓“을 구매했는데, 1인당 60유로 정도이다. (10퍼센트 할인 후) 가격이 유동적이어서 예약을 일찍 하거나, 주중에 예약을 하면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필수)
이브닝 티켓에는 ”아페로 “가 포함되어 있는데, 가성비가 꽤나 좋다. 우리는 6시 15분에 시작하는 아 페로였는데, 0층에 위치한 비스트로에 시간에 맞춰 입장을 한 후 팔찌 (티켓)을 보여주면 올리브, 소시지, 치즈, 사과가 들어있는 플레이트는 2인당 하나씩 제공하고, 셀프서비스로 프레세코, 감빠리, 맥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그 외에 각종 빵과 튀김류를 먹을 수 있는데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다. 가성비는 좋았는데 전반적인 고객 경험은 그렇게 아쉬움이 있었다.
아페로 후 각 층을 돌아보며 먼저 답사를 시작했다. 지하 1층에는 각종 사우나와 탕들이 있고, 비스트로가 있는 0층에는 야외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다. 사우나에서 바라보는 돌로미티의 풍경이 기가 막힌다. 1층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커플들이 와서 쉬어 가기 딱 좋은 곳이었다. 각각 다른 스타일과 테마를 가진 8개 정도의 방이 있고 각 방에는 침대나 흔들의자 같은 것들이 배치되어 있다. 유난히 젊은 커플이 많다 생각했는데,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기도 딱이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11시에 문을 닫으니, 약 6시간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 시간 동안 좀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왜인걸, 시간은 순식간에 지났다. 11시에 문을 닫는다는 것을 체크한 후 우리는 10시 30분 정도까지 즐기다 나가면 되겠군 했는데, 10시 15분이 조금 지나자 직원들이 청소를 시작했다. 아 여기서 다시 고객 경험 마이너스 1점이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샤워실로 향했는데, 여기서 다시 마이너스 1점. 고객들이 폐점 시간에 맞춰 한꺼번에 나가다 보니 샤워실이 벌써 만원이다. 반 나체 상태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샤워실 앞에 줄을 서있다. 샤워실 자체도 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다. 거기다 직원은 여기서도 마감 청소를 하느라 고객들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전반적으로 꽤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다. 이 점을 개선한다면 정말 고급 온천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오지랖 넓은 평을 하며 우리는 캠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만하면 오늘 하루도 알차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