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콜린 퍼스와 트로이"

by Ju de Pomme

정확히 여행 일주일째.


일주일전 여행 초반부에 봤던 일기예보가 기가 막히게 맞는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어제 밤부터 울어되던 아이가 있는 옆집 텐트는 이른 아침부터 철수로 부산하다. 두 아이가 밤새 울더니 어디가 아픈것인가? 하긴 옆집은 카라반도 아니고 텐트인데, 이 비오는 날씨에 꽤나 추웠을 것 같다.


친구는 평소와 다름 없이 7시 정도에 일어났다. 나는 친구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도 계속 누워있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따뜻한 물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돌로미티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따뜻한 물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마도 친구는 한국에서 이렇게 아침을 시작하나보다. 파리로 돌아가더라도 유지하고 싶은 아침 습관이다. 이틀정도는 따뜻한 물만 마시다, 슈퍼에서 레몬을 사와 레몬과 함께 마시니 뜨거운 맹물보다 상큼한 레몬향이 더해져 더 좋았다.


아침은 이렇게 따뜻한 물로 시작해, 전날 슈퍼에서 산 과일과 요거트로 밤샘 소화활동으로 비어있던 위를 달래고, 다음으로는 보통 계란 후라이와 빵으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보충했는데, 오늘은 계란 후라이 대신 알베르토가 추천해준 물리노 비앙코사 페이스트리를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은 후, 샌드위치에 넣어먹으려 산 치즈를 빵위에 언저 살짝 구운 후 햄을 언져 짠맛을 더한 간소화된 버전의 “크로크뮤슈”로 마무리 했는데 맛이 그만이었다.

IMG_2138.JPEG 꽤 건강한 아침식사

아침부터 산행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며 새로운 곳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보내는 아침도 매력적이다. 우리는 아침을 먹은 후 상을 치우지도 않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일년에 한번씩 만나다 보니 내가 이 얘기를 했나도 싶은 얘기를 슬쩍 건내보니 대부분 한적이 없는 이야기다. 이렇게 하나하나 보따리를 꺼내다 보니 어느새 정오가 되어간다.


정오가 다 되어서 어제 밤부터 쌓아놓은 그릇과 아침으로 나온 그릇을 공동 설거지실에서 씻은 후 어제 봐둔 캠핑장 내 작은 카페에 가 커피 두잔을 시켰다. 나는 카푸치노, 친구는 라테 마키아토를 시켰는데, 마키아토, 마키아토 말만 들었는데 사실 우리 둘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몰라 찾아보니 이탈리아어로 우유 거품을 커피위에 얼룩처럼 올려 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 동안 바빠서 정리하지 못한 여행 기록을 글로 남기고, 친구는 그녀가 나온 학과의 50주년을 맞아 발행하는 기념 책자에 학번 대표로 써야하는 원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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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각자 글을 쓰다보니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한다.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2시가 넘었다. 점심을 뭐먹을까 고민하다, 숙소에 어제 불려놓은 쌀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밥과 함께 참치캔을 사 상추와 비슷한 샐러드에 밥을 싸먹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니 친구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서로의 제안에 참으로 잘 맞장구를 쳐 주었다.) 마침 비도 잦아 들어 함께 어제 캠핑장을 오기 전 들렀던 슈퍼로 장을 보러 갔다. 장을 가기전에 필요한 것을 생각하니, 참치캔, 샐러드, 내일 먹을 고기 정도가 다 였는데, 늘 그렇듯 슈퍼에 가면 사야할 것들이 하나하나 더 생긴다. 결국 돌아오는 길엔, 3일치 요거트, 사과 한봉지, 레몬 한개, 그리고 세일 중인 레드와인을 한병 더 사 들고 돌아왔다.


돌아오며 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가 다 되간다. 지금 점심을 먹으면 저녁을 적당한 시기에 먹기 힘들거 같아 계획을 바꿔 어제 사놓은 멜론과 햄, 그리고 맥주로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멜론은 설 익은 상태라 단맛과 과일 즙은 덜했는데, 슬라이스 하몽은 아주 맛있었다. 멜론에 얇게 저민 이탈리안 햄을 얹어 먹는 건 꽤나 유명한 이탈리안 여름 전식 혹은 아페로 인데, 친구는 처음 먹어본다고 했다. 맛보지 못한 유럽 음식을 소개해 줬는데 친구도 그 맛을 꽤나 좋아해 뿌듯했다. 멜론이 더 잘 익었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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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우리는 다시 “집필”활동에 들어갔다.


비오는 날 따뜻한 숙소에 앉아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이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하다.


저녁으로는 체크인 전 숙소 근처 슈퍼에서 산 로컬 ”버섯 리조또“를 요리 했는데, 리조또가 쌀이 아닌 보리를 이용한 리조또였다. 조리법을 보니 보통 리조또를 하는 방식 (쌀을 올리브 오일에 볶으며 시작)이 아니라 물을 넣고 14분 정도 끓이면 된다고 나와있어 그렇게 한 후 올리브오일과 파마산 치즈를 올렸다. 맛은 사실 생각하던 리조또 맛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쌀이 아니라 보리여서 그런가보다. 그냥 건강한 맛이라고 해야할까? 우리는 버섯맛은 그닥 나지 않는 “보리 리조또”를 먹으며 이탈리아 티비를 시청했다.


저녁 식사를 하며 늘 그렇듯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영국의 중년, 아니 이제 노년이라고 해야하나의 멋진 배우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몇분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 쳇 지피티가 알려준 힌트로 드디어 그 배우 이름을 생각해 냈다!!! 홀레이! 그 배우는 바로 “콜린 퍼스”였다!!


몸매와 얼굴이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바비인형같은 이탈리아 모델이 나오는 퀴즈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니, 우연히도 친구가 뮌헨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2004년 영화 ”트로이“가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침 최신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방미가 ”이탈리아“어를 하는 브레드 피트와 올랜드 볼륨이 출연하는 ”트로이“를 멋지게 번역해 주었다. 2시간 가량 너무나 신나게 영화를 보고 나니 자정이 넘었다. 우리는 와인 1병 반을 마신 상태였다. 알딸딸 잠자기 딱 좋다! 정말 오랜만에 눈물이 날만큼 크게 웃으며 보낸 즐거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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