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 "세체다"

by Ju de Pomme

8월 24일. 우리는 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아침을 먹고 9시 30분쯤 길을 나섰다. 어제 버스 시간을 체크하지 않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던 우리는 안이하게 아무 사전 조사 없이 길을 나섰는데, 왜인걸! 우리가 타야 하는 버스는 1시간 후에나 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었고, 일요일에는 버스가 1시간에 한 대씩 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간과하다니! 우리는 구글로 혹시 다른 버스가 있는지 찾았다. (아침 일찍 나왔는데, 1시간씩 길에서 기다리느라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않은가!!!) 같은 170번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타고 350번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다른 대안으로 제안되었다. 이동 시간으로 봤을 때는 첫 번째(오리지널 루트) 보다 훨씬 많이 걸리지만, 첫 번째 루트는 170번 버스가 거의 1시간 뒤에 도착하기에 최종 목적지 도착 시간으로 봤을 때는 둘 다 비슷했다. 우리는 어차피 길가에 서서 1시간을 기다리느니, 새로운 버스 노선을 타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두 번째 루트를 선택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반대 방향으로 가는 170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는 다행히 많이 붐비지 않았다. 술에 취했는지 약에 취했는지 뒤에 앉은 청년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심지어 음악까지 틀었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 신경이 거슬리던 차에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내렸다. 버스 안은 조용해지고 우리는 언제쯤 우리가 내려야 할 정거장에 도착할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한 경로는 이랬다. 이 170 번스가 아랫동네 어느 정도까지 내려간 후 산을 둘러 다른 길로 오르티세이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버스는 우리의 생각대로 가주지 않았다. 출발 후 2-3곳의 정거장에서 정차하더니 그 이후에는 구불구불한 산을 다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산을 다 내려가서도 고속도로 같은 길을 한참을 달렸다. 우리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도대체 이 버스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렇게 산을 내려와 고속도로 같은 잘 닦인 길을 한참 지나 마침내 꽤 큰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첫 번째 정류장에 버스가 멈춰 섰다. 우리는 정류장 이름을 확인하려 목을 빼고 찾아봤지만 정류장엔 아무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우리는 일단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친구가 구글로 우리가 내린 정류장을 확인했는데, 이럴 수가, 우리는 볼차노 (Bolzono)에 도착한 것이었다. 볼차노는 돌로미티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이고 돌로미티 산악 지역을 벗어난 곳에 있어 시간을 내어 한번 와볼까 하는 도시였는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그러나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우리는 구글 맵을 켜고 오르티세이로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야 하는지 확인했다. 우리가 내린 버스 정류장을 다시 거슬러 올라 반대편 정류장에 가니 오르티세이로 가는 350번 버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쁨도 잠시, 우리가 타야 하는 버스는 불과 몇 분 전에 출발했고 다음 버스는 다시 1시간 후에나 도착한다. 아침에 체크한 구글맵에서 추천해 주는 경로는 170번 버스가 정확히 볼차노 정거장에 도착할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는 다시 350번 버스를 타기 위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구글 지도와 버스 시간을 차례로 확인하며 당황하는 우리를 보고 버스 정류장에서 다른 버스를 기다리던 한 젊은 아가씨가 말을 걸어왔다. 페루에서 온 관광객이었는데, 우리에게 구글보다 지역 버스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해 주었다. 그 여자 관광객은 페루 출신으로 이탈리아를 혼자 여행 중이라고 했다. 볼차노를 거점으로 돌로미티 여러 지역을 관광하고 있는데, 볼차노에는 숙소도 정하지 않고 도착했다고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특별한 계획 없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지만, 숙소조차 정하지 않는 여행이라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계획 없는 즉흥적인 여행도 꽤 스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거의 모험 수준이었다. 그러다 생각해 보니 못할 것도 없다 싶었다. 극성수기가 아니고서야 나 혼자 밤을 보낼 방 하나 찾는 것이 뭐 그리 힘들며, 여행지에 도착해 지역 사람들과 여행 정보를 얻어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여행의 묘미가 있다면 이렇게 계획하지 않은 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아닐까?


드디어 350번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이미 반쯤 지쳐 버스에 올랐다. 나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다. 오늘 트레킹은 시작도 전인데, 혼이 반쯤 나간 것 같다. 30분 정도 달렸을까, 버스는 드디어 우리가 아침부터 그렇게 도착하고자 했던 오르티세이 광장에 다다랐다. 캠핑장을 나선 지 3시간 만이었다. 우리는 바쁘게 발길을 옮겨 세체다 케이블카로 향했다. 세체다 케이블카는 버스 정류장이 있는 산 안토니오 광장에서 7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레지아 길(Strada Rezia)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다. 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면 바로 세체다행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정거장에 도착한다.


세체다행 곤돌라를 탈 수 있는 정거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러이트 입구

세체다 정상에 가기 위해서는 밀폐형 곤돌라를 탄 후 왕복 운행만 가능한 케이블카로 갈아타야 한다. 케이블카로 오르는 세체다 정상은 아주 가파르고 험해 보여 도착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버스 3시간에 두 번의 케이블카를 갈아타는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세체다 정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형언 불가의 풍경에 압도되어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이 장관을 차마 사진으로 다 담을 수는 없었다. 360도로 둘러싼 압도적인 풍경과 그 광활한 공간감을 2차원의 사진으로 담기에는 부족했다.

세체다

우리는 잠시 동안 이 풍경이 주는 감동을 만끽했다. 그리고 전망대로 발길을 옮겼다. 멀리서 보기엔 꽤 쉬워 보이는 언덕길이었는데, 걷다 보니 꽤나 힘이 들었다. 해발 2500m의 높은 고도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알페디시우시에서는 동양인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는 동양인이 꽤 눈에 띈다. 세체다가 돌로미티 서쪽 탑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등산 스틱으로 한 발 한 발 땅을 짚어 가며 올라가는데 옆에 한국인 가족이 보인다. 엄마는 하늘하늘 치마에 스니커즈를 신었다. 아빠는 아이를 목마에 태우며 올라가고 있다. 힘든 건 우리뿐인가. 갑자기 등산 스틱이 머쓱해진다. 전망대에는 거대한 예수상이 있는데, 그 예수상을 보며 올라가는 아빠가 목마에 탄 아들에게 예수에 대해 설명해 준다. 예수가 37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고 설명하는 아빠에게 아이가 “아빠는 예수보다 나이가 많은데”라고 받아친다. 나는 아이가 “아빠는 왜 아직 살아 있어?”라고 물을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예수상 주변으로 벤치와 세체다를 둘러싼 산봉우리의 이름을 보여주는 둥근 조형물이 있는데, 우리는 마침 비어 있는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점심을 먹었다. 돌로미티를 여행하며 우리는 거의 매일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는데, 도시락이라 해봐야 햄과 치즈 그리고 샐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쿠키 한두 개가 다였는데, 이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자연이 주는 선물에는 멋진 뷰는 물론 입맛도 무료로 포함된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다시 발길을 옮겼다.

세체다 뷰포인트에서 점심을 먹은 후


세체다에는 여러 경로의 트레킹 루트가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멋짐은 보장이다. 우리는 처음이다 보니 주로 뷰 포인트가 있는 루트를 선택했다. (세체다를 다음에 오면 다른 루트를 이용해 산 아래까지 내려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망대를 지나 세체다 포토존으로 향했다. 길은 평이했으나, 통로가 꽤 좁고 왼쪽은 낭떠러지라 조금 주의를 해야 할 정도였다. 포토존에서 다시 세체다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고 세체다를 대표하는 산봉우리를 향해 걸었다. 산봉우리를 따라 트레킹이 가능하지만 추가로 5유로를 더 내야 해서 포기했다. 그쪽에서 보는 뷰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고, 딱히 그곳까지 갈 이유도 그다지 없어 보였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걷던 동양인 여자가 있었는데, 그곳을 가려면 추가로 5유로를 지불해야 한다는 정보를 먼저 알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알고 보니 한국인이었다. 나이는 우리보다 조금 어려 보였는데, 여자 혼자 돌로미티에 온 것에 왠지 동질감이 느껴졌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 여자분이 트레킹 루트 중간에 있는 페르마다 리프트를 꼭 타라고 추천했다. 이 리프트는 우리가 세체다 뷰포인트로 오는 길에 지난 리프트인데, 그때는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굳이 타야 할까 싶어서 건너뛰었었다. 다시 발길을 옮겨 도착했을 때는 꽤 많은 사람이 타고 있었다. 우리는 마침 리프트와 케이블카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서머패스가 있었기에 재미 삼아 타 보기로 했는데, 와, 기대 이상이었다. 세체다와 돌로미티의 유명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곳을 리프트로 내려가며 감상하는 것은 아주 신나는 경험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흡사 그런 경험이 아닐까 싶다. (늦게 안 사실이지만 보통 이 리프트를 타거나 혹은 걸어서 콜라이저까지 내려가는 것이 주요 루트였다. 그리고는 콜라이저에서 하행선 케이블카를 타고 산타크리스티나 마을로 내려가면 된다.)

그렇게 신나는 왕복 리프트 놀이를 끝내고 다시 세체다 케이블카 정거장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로 세체다에 도착하면 크게 전망대로 가는 왼쪽 길과 사소룽고와 알페디시우시를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넓은 야생화 평원으로 가는 오른쪽 길이 있다. 우리는 왼쪽, 전망대를 먼저 왔기에, 이번에는 오른쪽 야생화 평원으로 향했다. 8월 말이라 야생화는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산정상의 넓은 평원과 그를 둘러싼 파노라마 뷰는 인상적이었다. 평원에 앉아 풍경을 즐기는 여유를 만끽했다. 우리 앞쪽에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4명의 중국인 남녀 커플이 꽤 거슬렸다. 게다가 그중 한 남자는 중국어로 노래까지 불러댔다. 그러나 그 어떤 장애물도 형언 불가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해칠 수는 없었다.

야생화 평원 (8월 말이라 야생화는 거의 없다)


아침에 3시간을 버스로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더 여유로운 오후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세체다를 내려왔다. 지도를 보니 세체다행 케이블카 근처에 푸니쿨라를 탈 수 있는 곳이 보인다. 서머 패스를 최대한 이용해야 하므로 우리는 이 푸니쿨라를 한번 타보기로 했다. 푸니쿨라는 이탈리아어로 케이블카라고 하는데, 약간 산악 열차에 가까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케이블카(기둥에 이어진 굵은 케이블에 매달려 가는 것)와는 달리 바닥에 깔린 레일을 통해 이동한다. 흡사 놀이공원의 88 열차가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 레일 위를 천천히 올라가는 것과 같았다. 시간이 꽤 늦었던 터라 상행선에는 나와 친구, 그리고 다른 관광객 두 명뿐이었다. 알페디시우시나 세체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경이로운 탁 트이는 풍경을 상상했던 터라 푸니쿨라를 타고 도착한 정상의 뷰는 실망스러웠다. 탁 트인 전망 대신에 산 위로 좁게 난 등산로가 보였다. 등산로도 가팔라 보이고 뷰도 인상적이지 않아 우리는 타고 온 푸니쿨라를 타고 다시 내려왔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 등산로를 조금만 올라가면 우리가 세체다에서 봤던 넓은 고원의 트레킹 길이 나온다고 한다. 돌로미티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때서야 우리는 지도와 돌로미티 트레킹 루트를 상세히 적어놓은 블로그를 보며 세체다 트레킹에서 추천되는 루트가 콜라이저의 케이블카를 타고 산타크리스티나로 내려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케이블카가 보통 5시 30분임을 감안하면, 우리가 있는 오르티세이에서 산타크리스티나 마을로 가서 콜라이저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시간은 1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바쁘게 발을 옮겼다. 오르티세이 광장에서 탈 수 있는 산타크리스티나 행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광장에 도착하니 산타크리스티나 행 350번 버스가 도착했다. 산타크리스티나 행 버스에 앉아 구글 지도를 확인해 보니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다른 버스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려면 이 버스가 오기를 기다려야 해서 사실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놈의 길은 왜 이리 오르막이 많은지, 게다가 왜 이렇게 긴 것인가... 지금 시간은 거의 5시를 향해 가고 우리의 마음은 더 바빠졌다. 콜라이저 케이블카 정거장으로 걸어가며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글 지도를 켰는데, 이런! 구글 지도에서 말하는 케이블카 막차 시간이 5시가 아닌가? 아니, 5시 30분이 아니고 5시라고? 이러다 결국 케이블카도 못 타고 헛고생만 하는 건 아닐까? 우리의 마음은 더욱 급해졌고 이 조급한 마음은 우리에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해 줬다. 경보 선수가 울고 갈 만한 전속력의 걸음으로 우리가 막 콜라이저 케이블카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정확히 5시였다. 다행히 막차가 5시 30분이어서 우리는 상행선 케이블카에 올라탈 수 있었다.


콜라이저 정상은 소문 그대로 멋졌다. 우리가 세체다에서 본 “신들의 밥상” 봉우리가 말 그대로 우리 앞에 떡하니 서있었다. 케이블카 정거장의 산장은 아름다운 뷰와 함께 너무나 평화로웠다. 케이블카 막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 아름다운 뷰를 보며 이 산장에서 커피 한잔 할 수 없는 촉박함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세체다를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었다. 이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거의 마지막 케이블카를 잡아 타고 산타크리스티나로 내려왔다. 하행선 케이블카에서 맥심 커피를 마시며 산장에서 미처 마시지 못한 커피의 아쉬움을 달랬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그래도 소위 목적을 달성하고 내려가는 것이라 나름 뿌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산타크리스티나 버스정류장까지 단숨에 내려왔다. (늘 그렇듯 돌아오는 길은 훨씬 쉽고 빠르다.)

콜라이저

오늘 우리의 삽질은 여기서 끝이겠구나. 이제 여기서 오르티세이행 버스를 타고 광장에서 172번을 타면 오늘의 여정은 거의 끝이다. 오르티세이로 가는 팻말이 버스 앞창에 붙은 350번 버스가 도착했다. 많은 등산객들이 차에 올라타려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이 버스가 오르티세이행이라고 확신하고 군중을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고 다음 정거장으로 향하는데 이상하다. 돌아가는 길이 아니었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했다. 구글을 확인하니 반대로 가고 있다. 아뿔싸. 반대 방향 버스를 탄 것이다. 오늘 우리의 고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구나. 우리는 급히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 후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멀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고 우리는 오르티세이에 도착했다. 오르티세이에 도착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래도 세 번째 오는 곳이라 친근했다. 우리는 버스 정류장 근처 슈퍼마켓에서 오늘 저녁에 먹을 42개월 된 늙은 쇠고기를 사 가방에 넣고 버스를 기다렸다.

검색하니 집으로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은 두 가지가 있었다. (불행히도 오르티세이에서 캠핑장까지 가는 직행 버스는 없다.) 첫 번째는 350번을 타고 기차역까지 간 후 캠핑장으로 가는 170번으로 갈아타는 것. 두 번째는 172번을 타고 카스텔로토 마을에 가서 170번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둘 다 도착 시간은 같은데, 두 번째 옵션은 172번이 올 때까지 약 40분가량 기다려야 했고, 첫 번째 옵션은 10분 후면 차가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길에 앉아서 40분을 기다리느니 어디든 가는 버스를 타면 창밖으로 변하는 바깥 풍경을 구경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첫 번째 옵션을 택했다.

버스를 타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시간은 벌써 7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다. 버스는 굽이굽이 길을 내려가 우리가 170번으로 갈아타야 하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170번 버스를 전광판에서 확인했다. 다행히 170번 버스는 우리가 구글 지도에서 확인한 대로 약 15분 후에 도착 예정이다. 그렇게 버스의 도착 여부를 확인하다 우리는 이 170번 버스가 오늘의 막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이 긴장감! 이 버스를 놓쳤거나 혹시 이 버스가 오지 않으면 우리는 이 골짜기에서 우버나 택시를 불러 타야 할 것이다. 혹시 우버가 여기까지 올까 의문이 들어 찾아보니 다행히 우버 운행은 되는데 비용은 약 60유로 정도 되었다. (저녁 아끼겠다고 42개월 늙은 소고기를 사놓고—사실 살 때는 몰랐다—60유로로 택시비를 지불한다는 건 너무 모순적이지 않은가!)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170번 막차가 도착했다. 우리는 혹시 운전기사가 우리를 보지 못하고 지나칠까 봐 누가 할 것도 없이 일어나 손을 흔들어 댔다. 다행히 버스는 정류장에서 몇 분 정차하며 혹시 늦게 도착해 막차를 놓칠 고객까지 챙겼다. 아, 그렇게 우리는 캠핑장행 막차에 올라탔다. 막차는 굽이굽이 산을 다시 올랐다. 서서히 눈에 익은 풍경과 동네가 보인다.

이렇게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8시 30분. 오늘 아침 캠핑장을 9시 30분쯤 나섰으니 11시간 만에 돌아오는 것이다. 긴, 그리고 긴장감의 연속인 하루, 그리고 우리의 돌로미티 최애 “세체다”를 만난 잊지 못할 하루였다.

캠핑장에 오자마자 늙은 소를 구워 먹었는데, 생각한 늙은 소고기 맛이었다. 그러면 어떠랴. 이렇게 멋진 하루를 마감하는 데 고기 한 점에 와인 한 잔 외에 뭐가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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