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앤 Jul 15. 2024

엉망진창 기분 구원하기

커리어와 연애, 일상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는 나

요즘 내 상황은 정말이지 엉망진창 그 자체다. 

어디를 봐도 빠져나갈 틈 없이 손발이 묶인 상황. 새로운 분야로 취준을 해왔지만 6개월째 소득은 없고, 간신히 취직을 한 곳도 결국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나오게 됐다. 4개월째 벌써 3번째 회사이다. 이제는 내가 뭘 하고싶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살이 많이 쪘고, 마음은 비관적인 생각으로만 가득하다. 실력에 대한 믿음이나 자신감도 다 사라진지 오래다. 아무리 많은 채용 공고를 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뽑히겠어?' 이다. 


매일 저녁 눈 감는 게 두렵고, 힘들게 잠들어도 아침이 버겁기만 하다. 


영국에서부터 자꾸 감정적 줄타기를 했던 전 애인도 결국 롱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서로의 결핍을 클릭하는 관계라 우리 사이엔 이상한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던지 나는 우리가 마치 운명이냥 지금은 헤어져도 이 사람과 언제는 꼭 다시 함께하게될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던 것 같다. 상대는 나도 자신도 직업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불안정한 상황이므로 더 이상 함께할 수 있다는 환상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고 딱 잘라 연애 관계 종료 통보를 외쳤다. 


애인과 헤어져서 슬픈 이유는 내가 영국생활에 향수를 느끼고 있기 때문도 있다. 함께 했던 생활이 주는 편안한 감정과 일상이 그립다. 영국에 가면, 그에게 돌아가면 꼭 그때의 안정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상실감을 느끼는 까닭은 내가 그와의 가능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가능성의 부재가 더 슬픈 까닭은 함께했던 추억이 선명하고 밝게 빛나서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슬프고 버거운 순간이다. 


일상이 쉽지만은 않다. 서울에서의 정체된 이 삶이 숨막히게 견디기 힘들다. 뭘 하든 과거에 대한 후회 뿐이고 과거의 내렸던 모든 선택지들이 지금의 비참함을 만들어낸 것만 같다. 


완전 넉다운된 지금의 나를 구하는 것은 역시 나이지만. 나조차도 나를 어떻게 일으켜야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자신이 왜 이렇게 버거울까? 




작가의 이전글 더이상 이렇게는 살기 싫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