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수 님의 <안녕한,가>의 겨울 부분을 읽으려고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겨울이 오자마자 급작스러운 일이 생기는 바람에 어느새 겨울의 끝자락이 되고 말았다.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졌던 건지 급성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말처럼 내 마음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내 몸과 마음이 더 이상 학교를 버텨낼 힘이 없는 거 같아 학교에 나가는 게 무서웠고, 이 일이 아니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좌절스러웠다. 손에 쥔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내 욕심은 어찌나 큰지, 교사라는 직업이 가진 여러 가지 이점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지도 그렇다고 학교 일에 마음을 제대로 먹고 최선을 다하지도 않은 채 어영부영 시간만 흘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나를 수없이 비난했던 거 같다. 내가 그토록이나 힘들어하는 거 나 자신이 제일 잘 알았으면서 나를 온전히 보듬어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떻게든 힘을 내서 다른 일을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동안 몸도 마음도 앓았던 피로감은 여전했다. 그 와중에 마주친 무과수님의 글들이 나에게 참 위로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이거다.
그러다 삶의 이유는 내가 만들어가야 함을 깨닫고부터는 일상의 작은 실천을 통해 기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삶에 작은 뿌리가 생겨났다 싶을 때쯤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하나둘 손을 뻗기 시작했고,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들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삶 속에 희망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사는 게 이렇게나 힘든데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살아오는 내내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질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 문장을 보니 머리가 탁 깨는 거 같았다. 왜 나는 내 삶의 의미를 내 밖에서 찾으려고 했던가. 어쩌다가 2021년 상반기에 매일매일 수없이 발견했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기쁨을 잊었던 걸까. 항상 행복할 순 없어도 행복한 순간은 매일 있다는 말을 잊지 않기로 했으면서. 내가 통제할 수 없이 삶이 힘들어지자 그동안 지켜오던 루틴을 모조리 다 잊어버리고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수집하는 일도 손에서 놓고 말았었다.
그러다 무과수님의 저 말을 들으니 몇 달간 잊고 있던 감각이 희미하게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일상 속에서 작은 일로 삶이 찬란함을 느끼는 감각. 하늘에 뜬 구름이 멋져서, 비 온 뒤 이슬이 맺혀있는 작은 풀이 너무나도 푸르러서, 해질녘 하늘을 물들이는 주황빛이 주는 울림이 깊어서 수없이 감사했던 순간들.
매번 연습해야겠다. 힘들 때도 삶을 내버려두지 않는 연습.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나 스스로의 삶의 이유를 점점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 내가 내 삶에 대한 통제를 잃었을 때도 그 이유가 나를 무너지지 않게 잡아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