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봉하는 <고질라 vs 콩>을 기대하며.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와 워너브라더스의 ‘몬스터버스’ 제4작, <고질라 vs 콩>이 3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와의 상의 없이 워너브라더스가 HBO 맥스와의 동시 상영을 결정했으나 논란을 딛고 코로나 19로 어려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전작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의 감독 마이클 도허티가 각본을 맡았고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데스노트>의 감독 아담 윈가드가 메가폰을 잡았다.
‘고질라’라는 이름은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가 국내 개봉되는 과정에서 번역이 잘 못되어 안착했다. 일본 발음으로는 ‘고지라’가 맞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 역시 원작의 설정을 철저히 파괴했다며 원작 팬들의 물매를 맞았다. 어찌 됐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일본의 토호 제작사와 미국의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계약을 통해 <고질라>(2014)가 개봉했다. 일명 ‘몬스터버스’의 시작점으로써, <고질라>(2014)가 마블의 <아이언맨>이라면 <콩:스컬 아일랜드>(2017)는 <캡틴 아메리카>였고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는 <어벤저스>인 셈이다.
제목만으로 흥미로움을 감출 수가 없다. 고지라와 콩은 각각 일본과 미국을 대표하는 괴수들이다. 고지라는 핵무기와 방사능에 대한 일본인들의 두려움을 형상화한 존재였고 콩은 1933년 할리우드에 등장한 이후 밀림에 거주하다 도시로 끌려와 난동을 부리는 거대하고 야성적인 존재였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두 괴수 모두 오랜 기간 전작의 설정을 따르거나 파괴하는 과정에서 잠시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졌다가 촬영기술과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대중의 시선 앞에 다시 서게 되었다. 고지라는 방사능을 에너지원으로 삼으며 자연의 균형을 바로잡는 수호신이 되었고 <콩:스컬 아일랜드>를 통해 콩은 밀림의 왕으로 등장한다. 그러니까 <고질라 VS 콩>은, 일본과 미국 괴수의 자존심 대결인 셈이다.
물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를 봤던 관객이라면 전투 끝에 기어이 킹 기도라의 목을 물어뜯고 베헤모스와 스킬라, 므두셀라, 무토, 그리고 로단의 복종을 받아냈던 고지라의 위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콩:스컬 아일랜드>의 헬기는 주먹 한 방에 추락시켰으나 스컬 크롤러와의 싸움에서는 고전했던 콩이 아직 고지라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잊고 있다. 당시의 콩은 부모 콩을 스컬 크롤러들에게 잃고 아직 성장하지 않은 콩이었으며 앞으로 등장할 콩은 한 층 성장한 ‘킹 콩’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워너브라더스가 1월 27일 공개한 예고편에 기반하면 <고질라 VS 콩>의 내용은 이렇다. 어떤 위기를 막기 위해 콩이 스컬 아일랜드에서 도시로 이송되어 온다. 군대는 전과는 달리 인간들을 적대시하며 공격하는 고지라에 대항하고 콩은 고지라와 맞선다. 매디슨(밀리 바비 브라운)은 고지라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채고 또다시 쑥대밭이 된 도시에서 도끼를 든 콩과 고지라가 격돌한다.
사실 이 둘은 이미 59년 전 <킹콩 대 고질라>에서 한 번 맞붙었던 적이 있다. 59년 만의 리메이크작이자 몬스터버스의 4작으로써 <고질라 VS 콩>은 다시 한번 귀추를 모으고 있다. 전작 세리자와 박사의 아들로 오구리 슌(세리자와 렌)이 출연하며 우리에게 <블랙 팬서>로 익숙한 다나이 구리라 역시 출연한다. 토호와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 이상 <콩 VS 고지라>가 몬스터버스의 최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질라 VS 콩>이 다가온다. ‘둘 중 하나는 죽는다(ONE WILL 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