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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한 Aug 11. 2020

<강철비 2>의 재미와 아쉬운 점.

더욱더 기대되는 양우석 감독의 차기작. 그리고 그의 능력.

<강철비 2>는 <강철비>과는 다른 세계관을 다룬다. 북한 1호의 사망을 다룬 북한 내부 쿠데타 세력의 반란을 다루었던 <강철비>와 달리 <강철비 2>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일본의 야욕과 속고 속이는 눈치싸움 속 한반도의 생존력을 다룬다.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역할 변경 역시 이 영화가 전편과는 다른 세계관임을 알게 하는 흥미로운 요소다.      




남한과 북한에 한정되었던 전작과 달리 <강철비 2>에 깔린 판은 좀 더 글로벌하다. 한국 외교의 숙제가 주변 국가와의 중재임을 관객에게 전달하던 영화는 한국과 미국, 북한의 3자 회담을 방점으로 속도감 있게 각국의 입장을 정리한다. 평소 외교정세에 관심이 없었을 관객이라도 쉽게 흡수할 수 있게끔 영화는 각국이 어떤 이유로 갈등을 맺는지, 왜 갈등이 벌어졌는지, 왜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지를 친절히 설명해준다.     




북한은 미국의 ‘규제완화’를 요구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요구한다. 각자 각국의 요구를 먼저 수용해주길 바라는 기싸움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3자 회담에서 일방적인 강자는 미국이다. 북한의 조선사(유연석 분) 북조선 국방위원장은 미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대화를 원하지만 미국의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분) 대통령에게 북한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 대화는 사라지고 감정은 격해진다. 그 속에서 한국의 한경제(정우성 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진땀을 흘리며 서로를 달래는 일뿐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조선사는 자신을 달래러 온 한경제에게 한국을 미국의 앞잡이이라 생각하며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의 당위를 미국의 폭정에서 찾는다. 스무트는 미국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쇼비즈니스'가 필요하다며 무조건적으로 우선적인 북한의 양보만을 바란다. 한경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떻게든 협정을 조정하기 위해 진땀을 흘린다.





양우석 감독은 대화의 무대를 잠수함이라는 더 좁은 무대로 옮겨 캐릭터들의 특징을 더 이끌어낸다. 이는 양우석 감독이 이해하는 각국의 이미지이자 실제 삼국의 시민들이 각국의 대표들을 이해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스무트 대통령을 연기한 앵거스 맥페이든은 이 장면에서 미친 듯 빛을 발한다. 그가 보여주는 건 연기가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바라보고 이해해왔던 미국 대표의 성대모사나 개인기에 가깝다. 이건 양우석 감독의 디렉팅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우 본인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춤사위에 가깝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앵거스 맥페이든의 개인기가 관객에게 트럼프라는 인물의 이해와 공감을 돕는데 일조를 했다면, 다른 캐릭터들(조선사, 한경제)의 역할은 그동안 왜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는가를 설명하는데 일조한다. 북한을 대표하는 조선사에게 북한의 핵탄두는 국가 존립의 당위이며 그 당위를 위협하는 것은 미국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경제에게 북한과 미국은 서로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 억지 부리는 곤란한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어느 한쪽의 손도 놓을 수 없기에 한국의 요구를 잠시 접어두더라도 이 둘을 이해시키고 화해시키려는데 조력한다.      




그렇게 서로의 무제한 딜 교환이 거의 소강될 무렵, 진땀으로 양복을 흠뻑 적신 한경제의 노력을 무효화시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친중파 박진우(곽도원 분)다. 그는 중국을 ‘공산주의 혈맹 동지’로 여기며 북한의 재번 영을 꿈꾼다. 하지만 입체적이었던 세 정상에 비해 그는 평면적인 인물이다. 당장의 위기 상황 속에서 중국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알아차림에도 그는 대화를 거절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인물이다.      




이 부분은 <강철비 2>의 유일한 약점이다. 박진우의 존재는 심각한 생존의 위협 속에서도 각국의 입장을 이해하며 어떻게든 위기를 타개하려던 세 정상의 풀이과정을 다소 싱겁고 성급하게 끝맺게 한다. 그는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닌 꽉 막힌 상수다.     




이 걸리적거리는 상수를 관객의 시야에서 치워버리는 게 장기석(신정근 분)이다. 아마 이 영화에서 신정근의 매력에 푹 빠진 관객은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잠수함 최고 항해사로서 그의 판단과 지식은 잠수함 액션 장면이라는 우리에게 생소한 광경을 너무나도 멋있게 소화하는데 일조했다 판단된다. 잠수함 안 장기석의 모습은 <거북이 달린다>에서 라미란과의 성매매를 ‘쿨’하게 인정하던 용배의 모습 이후 오랜만에 본 상남자의 그것이었다.      



영화를 보며 놀란 점은, 이 영화가 단순히 장르적 재미와 배우들의 캐스팅 이외 설정 고증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부분이다. 평화를 외치지만 막대한 군사력을 지속해서 불려 나가고 있는 각국의 모습이 그렇다. 미국 최상층 지도부는 ‘평화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실현 가능하다’ 믿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 영향을 받고 있고, 일본의 사회나 군대는 여전히 군국주의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도 현실과 닮아있는 모습.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언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비극. 이는 나에게 평행세계의 ‘한국 1’과 ‘한국 2’가 처해있는 상황과도 같이 느껴졌고, 또는 문서화된 <한반도 시나리오>, <한반도 시나리오 2>를 영상으로 돌려보는 상황과도 같이 느껴졌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강철비 3>로 다시금 극장에 찾아올 이 시리즈물은 현실감각-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 독도를 '닥코'로 부를 만큼 한일관계에 무관심한 미국의 태도-은 유지하되 '실제 벌어질 법한 가상의' 케이스들을 열거한다. 즉, 우리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미국에 둘러싸여 극악의 외교 난이도를 수행하는 한반도의 모습을 다시금 보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양우석 감독이 엔딩 크레디트에 넣은 최경제 대통령의 마지막 질문은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통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해도 괜찮은 것일까. 아니, 할 수가 있을까. 이데올로기 싸움 등 논란이 될 수 있을 부분을 최소화하고 현실감각을 최대한 반영해 조율하는 능력. 당장은 외면하지만 더 이상은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대담함. 그리고 평행우주 속 두 한국의 모습을 관객에게 전시하며 우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깊은 사유는 앞으로 양우석 감독에게서 가장 눈여겨볼만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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