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스쿨에 재학하고 있다. 아직 대학원생의 신분이 낯설기만 하지만, 그래도 빨리 적응해서
앞으로 3년간 벌어질 일들을 최대한 생생하게 기록해보려 한다.
먼저 새삼스럽지만 기억을 더듬어 합격한 날로 돌아가 긴 글을 시작해본다.
합격 발표하는 날은 정말 많이 떨렸다. 꼴랑 두번, 가/나군에 한번씩 밖에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치명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이 학교 가군으로 꽤 많이 상향지원했던터라, 비교적 안정지원이었던 나군 발표보다 가군 결과가 먼저 발표되는 것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기대를 하면 안 됐다. 발표 한 시간 전까지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리 고분고분하지 않기 떄문인지 발표 한 시간 전부터는 너무 떨리고,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네이비즘으로 시간을 정밀하게 체크할 여유는 없어서 그냥 폰 시계가 정각으로 바뀔 때 합격창 조회 버튼을 클릭했다.
클릭하고 위 이미지의 합격증이 짜잔하고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담백한 "합격여부-합격"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표가 나왔다.
"축하합니다. 000님은 합격하셨습니다."
보통 이런 뻔하지만 반가운 멘트가 나올만도 한데... 이 학교는 아주 담백하게 합격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그래서 부랴부랴 합격증 출력 버튼을 클릭해 확인해보고, 혹시 오류가 아닌가 싶어 두시간 후에 다시 합격
발표 창을 조회해보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가끔 학교 포털에 들어가 오류는 없는지 체크해 보기도 한다.
그 정도로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럴만한게, 나는 메0로스쿨 모의지원에서 가장 많이 밀렸을 때 2.8배수까지 밀렸고, 보통 2.5배수 근방에서 왔다갔다했다. 그래서 정말 운 좋으면 추가 합격 막차 타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했다. 입시를 지도해주신 학원 교수님께서도, 원서 접수 전날에 이 학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서류도, 자기소개서도, 면접도.. 내가 뒤집을 수 있는 기회들을 모두 평범하게 소비해버렸다고 생각해 면접 이후 더더욱 기대를 단념하고 있었기에 지금도 가끔은 왜 나를?? 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동기들도 그런 거 같아서 안심이긴하다.
어리벙벙하게 합격 확인을 하고 나서는 저녁에 바로 탭과 노트북을 구매했다. 혹시나 로스쿨 진학에 실패하고 취업을 하게 되면 굳이 노트북을 살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오래된 노트북을 힘들게 사용하고 있어서 아주 속 시원하게 구입했다. 그 다음엔 민법 선행 강의를 결제했다. 90만원이 넘는 큰 돈이어서 이게 맞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첫 걸음을 일단 떼어 놔야 공부를 할 것 같아서 질러버렸다. 그대로 30일을 수강 시작도 못한 채 내비두고 아주 푹 쉬었다.
2022년은 여러모로 나에겐 아주 지옥같은 해였기 때문에,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뭔가 할 힘이 없었기 때문에 틀린 결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때 푹 쉬었다고 해서 이후에 공부를 가뿐하게 열심히 하지는 못했어서 좀 아쉽기도 하다. 그 때 조금이라도 공부를 할 걸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달려 나갈 3년이 만만치 않으니 그 때 쉬길 잘했다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