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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약시 Feb 09. 2021

어? 진짜 오셨네요

진짜 애슐리를 데려가야만 하는 순간이 와버렸다.

그렇게 열정적인 14박 15일을 보내고 그동안 미뤄놨던 2주동안의 일상에 복귀했다. 정신없는 일 속에 14박의 모든 일들은 그저 꿈같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에게 카톡이 왔다. 안부인사였다. 이렇게 나에게 선톡을 보내다니 나와의 대화가 즐거웠었나보다.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카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 그가 말했다. "사주기로 한 애슐리를 얻어먹으려면 어디로 가야해?" 나는 당황했다. 진짜 올 줄 몰랐다. 그저 흘러가는 소리로 이야기했었기에 그가 이 대화에 대해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집 근처 00역으로 오세요. 만약 오신다면 제가 바로 애슐리에 데려가 드릴 수 있어요" 그는 알겠다고 했다. 다음날 가도 되냐고 했다. 때 마침 약속이 없었고, 어쨌든 약속을 한건 나였기에 빠르게 약속을 쳐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일 오세요."


그 다음날 나는 아침부터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짧은 여행 동안 나는 모든 사람에게 솔직했지만 특히 그에게 솔직했다. 그에게는 이상하게 숨길 것이 없었다. 나의 민낯과 후줄근한 모든 모습까지, 그에게 정말로 깊은 우정을 느낀 듯했다. 오래된 친구보다 훨씬 장난스러우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때도 있었다. 그런 그가 우리동네에 온다니! 너무나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재밌나 싶었다. 나는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그렇게 재미있나. 친구에게 또 묻고 물었다. 친구는 나와의 대화에는 그런 매력이 있다며 칭찬해주었다. '그렇구나, 나와의 대화가 재밌구나, 나랑 친해지고 싶은거구나' 또 한번 확신했다.


그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검은색 나그랑티와 청바지, 그리고 백팩을 멘채 나이키 운동화끈을 질끈 동여매고 역으로 달려갔다. 진짜로 그가 도착했다. 제 시간에 맞춰서. 말끔한 옷을 입고 역 근처에 서있었다. 학교가 아닌 동네에서 동아리와 연관된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를 데리고 집 근처 애슐리를 갔다. 그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 학생신분으로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대화가 재미있었기에 아깝지 않았다. 그는 이제 자기 고향에서 애슐리를 먹어봤다며 자랑할 수 있을거라고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새로운 무언갈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그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아랫층에 있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멀었다. 그는 같이 보자고 말했다. 


아랫층으로 내려가 영화를 예매했다. 영화표를 늦게 구한 그와 나는 거의 맨 앞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감상했다. 나는 영화를 보며 그가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의 배려를 했다. 책 가방을 손에 붙잡으면서 어깨를 한껏 쪼그린 상태로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에서 놀라는 장면이 나와도 가방 뒤에 숨을 수 있는 최고의 위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영화에 빠져들수록 그가 옆에 있는지 상관조차 쓰지 않게 되었다. 제 버릇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가방은 점점 바닥으로 내려가고 쪼그라들었던 내 어깨는 점점 더 당당해졌다. 근데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그냥 나의 움직임에 맞춰서 그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착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영화에 다시 빠져들었다.


영화가 끝난 후 그를 역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는 그럴필요 없다고 괜찮다고 했다. 멀리까지 온 그를 혼자 보낼수가 없었다. 난 집가는 길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그의 집 방향은 나와는 정반대였다. 그의 지하철을 기다려주기 위해 출입문 앞에 나란히 섰다. 문득 그와 나의 모습을 보았다. 검은색 나그랑티와 청바지,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나. 그 옆에 셔츠와 바지를 입고 선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소울메이트같은 재밌는 친구가 될 수 있겠다며 속으로 또 한번 기뻐했다. 


그날 저녁 그에게 연락이 왔다. 재밌었다고 또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바빴던 나는 더 이상의 약속은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개강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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