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이야기해보는 너와 나의 미래
8년의 연애를 하면서 모든 미래에는 너가 있다. 물론 너의 모든 미래에도 내가 있다. 즐거운 일이다.
TV에 나오는 예능을 보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신혼집에는 이러이러한걸 놓자, 인테리어는 너가 헀으면 좋겠다. 나는 가전중에 이런 가전을 꼭 가지고 싶다'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이야기 하다가 가끔 다툴때도 있다. '나는 그게 필요없을 것 같아, 난 그런 디자인은 싫어, 그런 가전이 굳이 필요하냐'는 등 곧 결혼을 앞둔 연인같다.
사실 저런 이야기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8년의 세월은 무서운 시간이다. 매장에 가면 이미 너의 취향을 모두 알고있는 내가 있다. 이 물건은 너가 좋아할만한 물건이 아니라며 이미 모든 물건에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정확히 너 또한 내 예상에 맞추어 말한다.
결혼이라는게 가끔은 세월속에서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미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가족같이 그를 인정하고 있다. 시기에 맞춰 그에 대한 안부를 묻곤 한다. 나는 이제 대답조차 하지도 않는다. 당연히 그들 또한 대답을 바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에 대한 안부인 것이다. 그가 내 일상에 큰 부분을 차지해 버렸다는 뜻이다.
이미 자식계획이나 명절에 대한 계획은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 지난 8년의 세월동안 수 백번을 이야기해 이미 할 이야기조차 없다. 자식은 1명이랬지. 양가는 이렇게 방문하쟀지. 그저 약속의 확인만 되풀이 될 뿐이다. 만약 이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진짜로 약속한대로 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8년의 세월속에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믿어본다. 그렇게 하겠지.
정말 너네 둘이 결혼할 것 같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상처를 받고 너덜해진 내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결혼이 이 연애의 종착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더 지내보다가 어느날 같이 살아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결혼을 하면 될 것이다. 이제 결혼은 우리 관계에서 조금 더 진전되고자 하는 그런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는 그런 질문에 태연하게 대답한다. "아닐 수도 있죠 뭐, 결혼이 대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