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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약시 Jun 11. 2021

찍어 누른다고 다 되는게 아닌데요.

그런다고 제 태도가 좋아질 리가 없는데요.

어느 날 팀 회의가 소집되었다. 안건은 '양치'였다. 이를 닦는 그 양치 맞다. 자리에 앉아 안건을 듣는 순간 이게 무슨 소리인지 멍했다. 사실상 회의가 아니라 혼내기 위한 소집에 불과했다. 기강을 잡고싶어했던 것 같다. 좋은 구실로 양치라는 안건을 들고온 듯 했다.


팀장은 업무시간인데 양치를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냐며 점심시간이 1시간인 이유는 그 안에 밥도 먹고 양치도 다 하라는 소리라며 앞으로 점심시간 안에 양치까지 끝내고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당연히 점심시간 안에 양치를 끝내는 게 정확한 업무 계약내용에는 맞는 말이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렇게 요구하려면 적어도 본인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때 해야 하는 말이 아닐까? 내로남불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는 항상 점심을 11시 반에 먹으러 가서 1시 반에 돌아오곤 했다. 혼자 2시간의 점심 타임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양치는 그 시간 안에 하지 않았다. 그는 1시 반에 돌아와 양치 타임을 가지고 2시에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 본인의 점심시간은 2시간 반인지 궁금했다. 우리는 12시가 지난 후 점심을 먹으러 나가 1시 안에 꼭 들어와야만 한다는데 그 안에 양치도 해야 한단다. 본인은 2시간 반이 걸리는 일을 우리는 1시간 안에 가능하다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그냥 모든 의문을 묻은 채 우리는 모두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언젠가부터 타 팀에서 업무 시작시간인 9시보다 20분정도 일찍 와서 자리에 앉아있기 시작했다. 한 두명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앉아서 업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그 팀의 한 사람이 버스가 늦었는지 9시에 거의 맞추어 출근을 하게 된 날이 있었다. 그 윗 상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업무시간 20분전에는 와서 자리에 앉아있으라고 했지? 왜 업무시간에 맞춰서 출근하는거야" 그는 버스가 늦게와서, 그날 비가 너무많이와서 늦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윗 상사는 말했다. "그러면 더욱 더 일찍 나왔어야지"


내가 봤던 그는 지각하는 법이 없었다. 지각이 아니었다. 

사정이 있어 업무시간에 맞춰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윗 상사에게는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이 모든 행동에는 회사 분위기도 제대로 한몫을 한다. 주임, 대리, 과장, 차장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직급의 세분화 속에서 수도 없는 예의를 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직급에 묶여 제대로 된 의견 하나 펼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속에서 압존법이라는 예의를 차리며 이야기해야만 하는 현실도 좀 웃기다. 압존법을 지키지 않을 때 어르신들의 눈빛이 묘하게 뒤틀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게 뭐라고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건가 싶다. 왜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직급체계를 완화하기 위해서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거나 프로, 매니저와 같은 직급으로 단순화시키는지 알 것 같다.


꼰대와 상사의 중간에서 열심히 줄다리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줄 아는 우리 회사 상사들의 대부분은 꼰대 쪽에 기울어져 있다. 뭐 본인들은 좋은 상사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말해줄 길이 없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 속에 좋은 상사도 분명히 있다. 아랫 직급에게도 지켜주는 깔끔한 예의와 정확한 업무지시는 그들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왜 좋은 사람들은 항상 일부만 존재할까 싶다. 좋은 상사가 다가올 때는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되고 업무도 정확하게 해 주려 노력한다. 그러면 꼭 꼰대 상사들은 자신들에게는 그래 주지 않냐는 눈빛으로 나와 동료들을 쳐다보곤 한다. 그리고는 괜한 다른 업무 트집을 잡아 뭐라 하곤 한다. 그러면 본인과 우리들은 더 멀어지게 되는 지름길인데 그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알리가 없을 것이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상하관계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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