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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약시 Jun 01. 2021

연인과 싸우는 방법

9년차는 어떻게 싸울까?

8년의 연애를 끝내고 9년 차에 접어든 우리들은 어떻게 싸울까? 남들은 가끔 막 험한 말도 오고 가며 싸우는 것 같은데 우리는 9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우리 둘의 성격이 잘 맞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는데 어떻게 한 번에 찰싹 맞을 수가 있을까. 평생 같이 살아온 가족 하고도 다투는 게 바로 나 자신인 것을.


우리에게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정해놓은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암묵적으로 정해진 룰이다. 싸우지 않는 평소뿐만 아니라 싸우는 동안에도 절대적으로 해야만 하는 그런 룰.


첫째로, 절대로 '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야, 너라고 부른 적이 없다. 서로 딱 한 번씩은 있다. 나와 그가 한 번씩 큰 잘못을 했을 때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에게 아무리 화나도 절대 야, 너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 부탁했다. 물론 내가 그에게 야, 너라고 불렀을 때도 바로 사과했다. 그건 상대방에 대해 분노를 일으키게 하기 위한 시작 버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대 그 이후로 서로에게 야, 너라고 부르는 경우가 없었다. 가끔 장난으로 부르곤 하지만 그것도 아주 가끔만 언급되곤 한다.


둘째로, 싸우는 이유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싸우면 싸움을 일으킨 원인만을 가지고 싸운다. 그 외에 모든 원인은 끌고 오지 않는 편이다. "00가 이런 원인 때문에 저번에 이렇게도 했잖아." 혹은 "00가 저번에 그런 거는 왜 그런 건데"이런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속에서 울컥할 때가 있다. 서로 상대방의 성격이나 행동 때문에 지금 싸우는 이번 일뿐만 아니라 또 다른 화나는 일이 분명히 생긴다. 또는 이미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참으려 노력한다. 서로가 싸우는 목적을 절대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지금 해당 사건을 해결해서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기 위함이지 서로를 자극해서 마음에 상처를 주려하지 않음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감정이 너무 격할 때는 서로의 시간을 가진다.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우리는 서로가 싸우다가 감정이 격해지거나 막말을 할 거 같은 타이밍이 올 때는 '휴전 선언'을 한다. 그 또는 나였든 누구든 상관없이 싸움이 격해지면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 다시 연락하자고 말한다. 물론 성격이 급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나 힘든 과정이다. 난 지금 내 생각을 다 쏟아내야 되는데 답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이 나의 목적이므로 꾹 참는다. 그리고 조금 지나다 보면 생각이 이성적으로 돌아온다. 내 논리도 어느 정도로 정리될 뿐만 아니라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싸움의 원인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싸우다 보면 화해의 결론에 이른다.


넷째로, 한번 해결된 사건은 절대 재 언급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번 싸워서 해결되거나 무마된 사건은 절대 재언급을 하지 않는다. 가끔 장난치면서 던지기는 하지만 그것도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기색이 보인다면 바로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싸움을 위해 재언급을 하는 경우는 없다. 근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되게 힘든 부분이다. 가끔 예전에 싸웠던 행동 중 하나를 되풀이하는 낌새가 보이면 바로 기억에서 튀어올라 화를 돋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나와 앞으로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어 한다면 절대로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도 절대로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가끔 싸우다 보면 한 번의 싸움으로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생기곤 한다. 그럴 때는 나는 상대방에게 언급을 해주는 편이다. 이 한 번의 싸움으로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으니 조금 이해해달라고, 그러면 상대방도 이해해준다.


이런 암묵적인 룰을 세우기까지 많은 우여곡절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있었다. 하지만 나와 그의 애정이 바탕이 되었기에 이런 룰들이 세워질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다. 연인과 싸우기만 하면 끝이 나지 않는다면 한 번쯤은 이 싸움의 목적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내 생각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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