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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양파 Jan 07. 2016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

범인은 은밀하게 치밀하게!!

한 여자(메건)가 사라졌다. 범인은 누굴까? 작가보다 먼저 범인을 찾아야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서서히 범인의 흔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 페이지에서는 그녀의 삶을 부러워했던 레이첼이 범인 같다. 그런데 이번 페이지에서는 비밀이 많은 메건이 스스로 자신을 숨긴 거 같다. 아니다. 읽다 보니 메건의 남편이 의심스럽다. 아니다. 사고가 난 날 레이첼과 함께 있던 붉은 머리 남자가 의심스럽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레이첼이 가장 의심스럽다. 자기가 사랑하던 남편을 빼앗은 애나와 메건이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술김에 사람을 잘 못 보고, 필름이 끊겼다고 하니 충분히 의심이 간다.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The Girl on The Train), 미국과 영국에서 난리가 난 소설이라고 한다. 새로운 세대의 앨프레드 히치콕이라고도 하고, 나를 찾아줘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엄청난 호평이니 안 읽을 수 없었다. 더구나 너무나 좋아하는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이니깐 말이다. 



그런데 첫 장부터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몇 월  며칠 무슨 요일 그리고 아침 또는 저녁이라는 표시로 스토리는 시작한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첼, 그녀의 시선으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를 살고 있는 레이첼이라면, 메건의 이야기는 과거부터 시작해 현재로 천천히 진행된다. 두 여자에 비해 비중은 적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인물 애나의 이야기도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지루하고 루즈한 스토리 전개로 인해 재미가 없었다. 사건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니깐, 참고 있다 보면 쫄깃한 스토리가 전개되겠지,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참고 읽어 나갔다. 1/3 지점이 지나니,  그동안 지루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지루했던 앞 부분을 다시 읽고서야, 본격적인 스토리에 빠졌다. 



그렇게 레이첼, 애나 그리고 메건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우선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 레이첼이다. 아침마다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출근을 한다. 잘 가던 기차가 항상 덜커덩 새된 소리는 내면서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움직이는 그때, 그녀는 늘 한 곳을 바라본다. 남들은 휴대폰, 책, 아이패드에 집중하지만, 그녀는 기찻길 옆 집, 15호를 쳐다본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15호 집 부부의 단정한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 



왜냐하면 그녀의 꿈이 그들처럼 사는 거였기 때문이다. 같은 집 23호가 그녀가 예전에 살던 곳이었다. 그녀도 그들처럼 그렇게 행복한 삶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자신의 알코올 중독과 남편의 외도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그들처럼 살았을 것이다. 남편과 헤어진 지금, 레이첼은 15호 부부의 다정한 모습이 흡사 자신인 듯, 출퇴근길 엉금엉금 기차가 지나갈 때면 항상 15호를 바라본다. 



레이첼이 꿈꾸던 그 집에 살고 있는 메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메건은 레이첼이 꿈꾸던 행복한 여자는 아니다. 남편과의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어릴 적 사고로 인해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있는 그녀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자신이 운영하던 화랑을 접고 난 후에 더더욱 그녀는 예민해져 갔고, 불안해져 갔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위트니 여성 실종 사건'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등장했다.


버킹엄셔 경찰은 실종된 위트니 블레넘 로의 여성 메건 히프웰(29세)의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히프웰 부인을 마지막으로 본 남편 스콧 히프웰에 따르면, 그녀는 토요일 저녁 7시경 친구의 집에 가기 위해 외출했다고 한다. 히프웰 씨는 그녀의 실종이 전혀 그녀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실종 당일 히프웰 부인은 청바지와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163센티미터 정도 키에 날씬한 체형이며, 금발에 파란 눈이다. 버킹엄셔 경찰은 히프웰 부인과 관련된 정보를 가진 사람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본문에서)



레이첼은 그녀가 자신이 늘 지켜본 15호 여자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사건이 있던 전날 그녀랑 함께 있던 남자가 있었는데,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라는 사실을 지켜봤기에 더더욱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언론에서 남편을 의심하고 있기에, 참을 수 없어 레이첼은 그녀에게 남자가 있었음을 알리기 위해 경찰서에 그리고 스콧을 찾아 간다. 



게다가 메건이 실종되는 날, 레이첼은 그 곳에 있었다. 기찻길 옆 15호 근처 골목에 있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본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안 난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이다. 레이첼은 단지 술김에 전남편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남편을 본 거 같고, 또 다른 무엇도 본 거 같은데 완벽하게 필름이 끊겨서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 저편에 실종사건과 관계된 무언 가를 봤으면 참 좋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난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냥 넘기면 되건만, 레이첼을 그 사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스콧에게 메건과 친한 친구라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계속 그와 엮기에 된다. 여기서 애나가 등장한다. 레이첼의 전남편 톰의 현재 부인 애나. 그녀는 레이첼이 자꾸만 자신이 있는 이 곳에 나타나는 게 싫다. 



메건과 애나의 집은 같은 단지다. 레이첼은 스콧을 보러 가지만, 언제나 애나에게 들킨다. 애나는 그녀가 왜 15호에 가는지, 더구나 왜 자꾸만 불안하게 이 곳에 나타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때 자신의 아이를 유괴하려고 했기에, 애나는 레이첼의 등장에 잔뜩 신경이 쓰인다. 



메건의 실종은 메건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살인사건이 되었다. 범인은 메건의 남편 스콧과 레이첼이 증언한 사건 전날 만났던 남자, 이렇게 좁혀진다. 그런데 범인은 이 두 남자가 아닐 거 같다. 이렇게 쉽게 범인이 밝혀지지는 않을 테니깐 말이다. 



레이첼이 증언한 남자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남자가 범인인 거 같은데, 레이첼은 경찰을 믿을 수 없다고 여긴다. 방법은 하나, 그 날 자신이 본 것을 기억해 내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방법은 하나, 그날 만났던 붉은 머리 남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지만,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



레이첼이 기억을 찾기 전에, 범인을 먼저 찾고 싶었다. 의심 가는 인물도 많고(그 중 레이첼이 가장 의심이 갔고,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서 주인공이 범인이었던 적도 있었으니깐), 어느 정도 단서도 찾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찾지 못했다. 



하나의 사건,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과거 이야기들, 이야기 속에 담긴 놀라운 사건들, 레이철과 메건 그리고 애나, 그녀들의 이야기와 그녀들의 남자 이야기. 어쩜 이리도 꽈배기처럼 잘 만들어 놨는지, 초반 지루함은 사라지고, 진짜 누구야? 범인이 누구야? 너니? 아니면 저 사람이니? 하면서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졌다. 



그리고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 "오호~ 오호호~~~~ 와우~~~~~~~~~" (스포일러는 공개하면 안 되는 법!!)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알겠다. 왜 영화화가 된다고 하는지 알겠다. 영화로 만나는 걸 온 더 트레인도 엄청 날 듯싶다. 작은 일상이 커다란 사건이 되어,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녀 이야기, 소설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The Girl on The Tra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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