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이블(the table)' 리뷰
'더 테이블' :) 2017년 개봉 / 김종관 감독 /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주연
★★★★
<SYNOPSIS>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
당신은 오늘,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1. 에스프레소와 맥주
추억은 늘상 야단스레 적힌다.
미화와 애상감이 추가돼 갖은 미사여구가 즐비한다.
늘 상상이 나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결국 너의 연락을 뿌리치지 못했다.
현실은 항상 상상보다 공허하다.
그 공허감을 나는 진심으로 채우고 싶었는데,
너는 갖은 허세와 거짓으로 채운다.
딱, 맥주 같은 순간들이다.
야단스러운 탄산이 지나가면
늘, 남는 것은 텁텁한 보리 맛뿐이다.
#2.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
시작은 항상 미숙하다.
당신과의 눈 맞춤에 발가락이 오므라진다.
진심은 뱅뱅 돌아 결국 혀 끝에 머물렀다.
새삼스레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당신이 얄밉다.
애꿎은 초콜릿 케이크만 쳐다봤다.
나는 사랑이 마냥 달 줄만 알았다.
아니었다보다. 입이 쓰다.
짜증과 미움이 섞여 혀 끝에 남은 진심을 내뱉었다.
서툴고 미숙한.
아이러니하게도 그제야 당신이 웃는다.
자기도 그렇다고.
그러니 우리 진심을 마주 잡자고.
우습게도 나는 금세 달큰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사랑이 온다.
#3. 따듯한 라떼
진득한 우유 거품으로 쌉싸래한 에스프레소를 숨겼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혹여 나의 새까만 진실이 들킬까 싶어
새하얀 우유 거품으로 나를 감췄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진실이 사랑을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때로는 달콤한 거짓이 그 무엇보다도 진심일 테니.
#4.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
이별은 향을 남기고 떠난다.
지독히도 짙다.
그리 오랜 시간 우려내지도 않았는데
떫기도 하다.
향에 취해 홍차를 마시면
떫은맛에 이내 실망하고 만다.
그게 두려워 나는 너를 잡지 못했다.
우리의 사랑이 그럴까 봐.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랑'이라고 묶일 수 있을 만큼
함께였는지도 이젠,
모르겠다.
비가 왔다.
자국이 남았고, 꽃이 떨어졌다.
미련이었다.
사랑이 아닌, 미련이었다.
그 사실에 새삼, 가슴이 시렸다.
김종관 감독은 사랑의 단편들을
지극히 보편적인 일상 속에 숨겨놓았다.
한껏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물을 짓다가,
이내 가슴이 시렸다.
그렇게 당신의 이야기가,
때때로 나의 사랑이
지독히도 부끄러운 상처가
김종관 감독을 더 사랑하게 될 영화.
The 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