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디 Aug 15. 2017

손 끝에 남아있는 향기는
당신을 추억하기에 충분했다.

유럽 배낭여행기_03. 프랑스 파리

24살, 나홀로 유럽 배낭여행

03. 프랑스 파리



당신은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늘 매력적이었다.

현실은 쓸쓸하고 지독하니까.


슬픔이 사랑에 앞서 위산처럼 올라왔다.

동경하되 중독되지 말자.

사랑하되 집착하지 말자.

꿈꾸되 탐욕하지 말자.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선

수많은 다짐이 필요했다.

그래도 동경이란 감정을 끝낼 수 없어

나는 사랑을 택했다.

그러니 오늘 현실을 이야기 하지 말자.

그저 당신과 파리의 밤거리를 걷고 싶을 뿐.


어제 혹은 오늘

하루하루 사랑을 하고

또는, 사랑을 했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


<TITLE>

사랑을 말하다.

제 4화, 손끝에 남아있는 향기는 당신을 추억하기에 충분했다.




파리의 밤은 주황빛 가로등으로 가득하다.

지극히 이국적인 풍경 속에

익숙한 담배연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그래, 당신의 담배향기였다.

당신과 나의 사랑은

당신이 태우던 담배같았다.


담배연기는 일순간 흩어져버리지만

결국엔 향이 남는다.

그 향이 너무나 지독해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지도 모른 채.


글을 쓰고 영화를 공부하던 당신은

내 동경 그 자체였다.

나는 나의 뿌리깊은 낮은 자존감을 당신으로 채웠다.

언젠가 당신은 나에게 '퐁네프의 연인들'이란 영화를 보여줬다.

성숙하지 못한 두 남녀가

서로의 미성숙을 껴안아 사랑하는 내용이었다.

당신은 이 영화 속 연인이

꼭 우리와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과 이별을 말한 지 2년이 지난 오늘

파리의 밤, 퐁네프 다리 위에서 나는 당신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추억하고 있다.

파리의 여느 다리와 다르게 작고 장식이 없는 퐁네프 다리.

잿빛 작은 다리 위 난간에 걸터앉아

어디선가 태워지고 있을 당신의 담배를 상상했다.


당신이 나를 안던 그날 밤,

셀 수 없는 키스와 농밀한 움직임이

들뜬 숨과 함께 내뱉어진 탄성이 함께 하던 밤.


문득 당신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당신의 물음에 나는 사랑이라 답했다.

당신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퐁네프의 연인들을 한 번 더 보자고 했다.




나의 과거이자 동경인 당신은

끝끝내 나를 사랑이라 부르지 않았다.

잿빛 퐁네프 다리 위를 건너며

나는 유독 자주 뒤를 돌아봤다.

기적처럼 당신이 그 곳에 있기를 바라며 환하게 웃었다.


동경은 끝내 사랑이 될 수 없음을

사람은 본디 미성숙한 존재기에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나는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과거는 마력이지만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고,

동경을 끝낼 수 없어

사랑을 택했지만

꿈은 언젠가 깨어나기 마련이다.


이상과 사랑, 동경과 연민

저릿한 마음 하나로 사랑을 맹신했던 나의 스무살을

꽉 껴얀아 주고 싶은 파리의 밤.





직접 찍고, 쓰는 유럽

<사진 무단 도용을 삼가 주세요>

COPYRIGHT 2016. JUDY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이전글 당신이 두고 간 적막 앞에서 울지 못하는 생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