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악의 하루' 리뷰
영화 '최악의 하루'는 참,
한 여름의 데이트를 닮았다.
청량하디 청량한 하루.
쨍한 햇빛 아래 그 사람을 만나 설레고 반짝이던 기억,
땀이 찬 손을 꿋꿋하게 마주 잡던 약간의 용기
이마를 타고 흐르는 한 줄기의 땀.
짜증에 짜증이 섞여 결국 내뱉어 버린,
결코 주어 담을 수 없는 말까지.
그렇게 은희는
나였다가, 당신이었다가 변주를 계속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점은
설레고 반짝이든,
용기가 있든,
짜증이 나든,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당신과 사랑을 했던,
마음을 나눴던 여름은 유난히도 변덕스러웠다.
한참을 더웠다가
한참은 장맛비가 쏟아졌고,
이윽고 가을바람이 살랑 불어오더니,
심술궂게 늦더이위가 찾아왔다.
당신을 만나던 나와 같았다.
때때로 나는 당신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다가,
매정한 악역을 자처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알까?
당신이 나에게 반했던 그 순간부터
질려하던 그 모습까지
그 모든 것이 오롯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사랑은 '첫눈'에 반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어날 때부터 시작된다.
당신이 나에게 헤어짐을 고했을 때,
나는 탁한 숨이 내뱉어졌다.
그 숨이 안도의 한숨이었는지,
미련의 한숨이었는지,
후련함의 한숨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대가 나에게
내가 당신에게
유일한 존재가 된 순간,
그 더운 계절을 지나 가을 하늘이 맑다.
그렇게 살랑,
코끝이 간지러워졌다.
웃음이 나왔다.
그게 서늘해진 가을바람 때문인지,
다시 찾아올 사랑 때문인지는 몰라.
그저 내 볼이 빨개졌을 뿐.
그렇게 사랑은 또다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