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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 Jul 26. 2017

영화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극한의 황홀경

영화 '라라랜드' 리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 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 주니까"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사랑, 꿈, 음악과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지극히 마법처럼 극은 흘러간다.


영화 같은 사랑을 꿈꿨고,

현실을 당차게 마주하면

언젠가 그 꿈을 이룬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 같은 사랑.

꿈을 이룬 멋진 미래.

이 모든 것들은 완벽에 가까운 불가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결코.


신은 꽤나 장난꾸러기인지

인생의 몇몇 순간마다

반짝이는 사랑의 순간들을,

가슴 뛰는 성공의 순간들을 심어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믿게 된다.

아,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역시, 신은 나의 편이구나.

그런 낭만적인 망상을 말이다.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부서진 가슴들을 위하여"



미아와 세바스찬의 첫 만남은 극적이다.

씁쓸한 패배감을 맛보고 돌아오는 길에서

미아는 세바스찬의 연주에 이끌려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의 연주에 매혹된다.


그러나 '자유로운 재즈'를 원했던 세바스찬은

결국 레스토랑 매니저의 선곡표를 무시했고,

그로 인해 해고된다.

그래서 였을까.

연주를 칭찬하는 미아를 냉정하게 지나쳐 버린다.


그래, 첫 만남은 우연이라 치자.

파티에서 이들은 연주자와 손님으로 또다시 만난다.

그리고 미아는 다시 만난 세바스찬에게 노래를 선곡한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들은 함께였다.

짙은 보랏빛 노을이 내려앉았고,

탭댄스를 추면서

연신, 풍경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운명적인 두 번째 만남에서

이들은 사랑을 느낀다.

사랑, 로맨틱, 낭만.

갖은 달콤한 단어로 가득한

이 감정을 둘러싸고 있는 건

썩, 좋지 않은 풍경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듯이.

엉망인 사회, 불안정한 경제, 그다지 나아질 것 없는 상황에서

너와 내가 마주한 순간만큼은

지독히도 낭만적이다.


그래서 사랑은

본디 비극일지도 모르겠다.


"난 당신을 사랑할거야"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은

결국 현실과 마주하며 빛을 잃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이들은 꿈을 이룬다.

'재즈'가 아닌 '상업음악'으로 돈을 모아야만 했던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재즈바를 냈고,

사람들에게 '프리재즈'를 들려준다.


세바스찬의 강권으로 오디션을 본 미아는

단번에 '스타'가 된다.


하지만 이들의 노래에는

더 이상 서로가 없다.


이들의 춤에는

더 이상 서로가 없다.


잔인하게도 감독은

둘이 함께 추는 2인무를 지독히도 아름답게 연출했음에도

이들의 사랑에는 책임지지 않았다.


다만,

극의 에필로그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을 가정법이란 문법 아래 시사한다.


하지만,

사랑과 인생에는 가정법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슬프고, 재밌고, 아름답기도 하지 않은가.


"별들의 도시여

당신은 나를 위해서만 빛나는 건가요?

별들의 도시여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은 걸요.


그 밤, 우리의 꿈들

그 꿈들이 마침내 이뤄진 거예요.


별들의 도시여

모두가 원하는 한 가지가 있어요.

저기 바 안에도

붐비는 레스토랑의 가려진 연기 안에도


사랑인걸요.

우리가 찾는 건 오직 사랑이죠.

누군가로부터 찾아올 사랑"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아마 잔인한 현실일 것이다.


사랑과 꿈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신의 장난에

결국 놀아나고야 마는.

인간의 표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만나

반드시 더 큰 사랑이 될 수 없듯이.


나의 인생과

나의 꿈이 만나

빛이 날 것이라는 예측이 당연하지 않듯이.


우리는 인생의 막이 내릴 때까지

선택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신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으니.


극과 극 사이에

대사와 대사 사이에.

우리는 사랑이라는 노래로,

낭만이라는 눈빛으로

분명,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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