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스페인 계획을 준비할 때, 나는 맛집만 찾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작년에 삶이 많이 힘들었으니,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2년 전에 갔던 터라 스페인도 왠지 성당등은 비슷할 거 같았다. 중1 아들도 아빠의 세부적인 계획에 그리 호응을 해주지 못했다. 남편에게 모든 계획 일정을 떠넘기고 그저 여행 가서 뭐 입지, 뭐 먹지만 고민하고 있었다. 남편은 조금이라도 합리적이고 저렴한 비행 편을 찾다가 아부다비에 18시간을 머무를 수 있는 에티하드 비행기를 예약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은 비행기에서 자면 되지 하고 남편과 나는 회사를 퇴근하고 아이는 학원을 마치고 새벽 1시 비행기에 인천에서 출발했다. 드디어 우리 가족의 힘든 여행일정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주변 회사 동료와 지인들이 스페인 여행 계획을 듣더니 7박 10일 안에 스페인 일주가 렌터카로 다 보기엔 너무 무리라고 조언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환자 급증이라는 유럽날씨보다 불가능한 일정을 가능하게 다녀오는 게 더 큰 걱정이었다.
보통의 스페인 여행 일정은 마드리드 수도를 거쳐 기차로 이동을 하여 바르셀로나나 세비야 남부를 보고 오는 게 일정인데, 우리는 마드리드, 세비아, 네르하, 말라가,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산세바스티안, 빌바오까지 중부에서 남부로 내려갔다가 다시 북부로 올라가 중부로 내려오는 일정을 짰다.
정말로 찍고만 오는 일정으로도 이동시간과 교통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우리는 렌터카로 모두를 다 보고 올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거기에 스페인 일정에 앞서서 18시간 동안 아부다비와 두바이까지 보고 오는 일정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다녀왔는지 정말 힘든 여행이었다.
여행 후에 남편이 스페인 렌트가 이동 거리를 따져보니 서울과 부산을 4번 왕복한 거리였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지나, 스페인 일주를 하고 돌아온 7박 10일간의 우리 가족 여행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삶이 힘들 때마다 여행기록을 뒤져보면서 여행의 추억을 다시 생각하며 현실의 고비와 무료함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소중한 기록이 되면 좋겠다. 이 기록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