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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Feb 18. 2021

방광 세척(Bladder irritation)

비위 약하신 분들 조심하세요

10일간의 달콤한 휴가를 마치고 일터로 복귀. 

첫 근무는 야근이다. 

도착하자마자 핸드오버를 보면서 10일 동안 얼마나 환자가 바뀌었나 살펴보니 여전히 4명의 환자는 그대로 있다.

그중 Thomas 할아버지..  내가 돌본 환자 중의 한 명이다.

이 할아버지를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다. 외국인도 얼굴이 이렇게 클 수 있구나...

잘 생기신 얼굴에 아주 예쁜 속눈썹을 가지고 계신데 진짜 얼굴이 무자게 크시다.


그래서 볼 때마다 웃음이 났었는데 아직도 병동에 계시네. 

그리고 여전히 Bladder Irrigation (한국말로 방광 세척)을 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가 병원에 온 이유는 Confusion과 Acute Renal Failure다.  소변을 모니터 하려고 IDC를 넣었는데 혈뇨 (Haematuria)가 있으신 거다. 그래서 Bladder Irrigation을 시작했다.

IDC가 일 반거하고 다르게 3 way로 되어있고 한 라인으로 수액이 들어가면 다른 한 라인으로 소변이 나오는 거다.  세척 수액이 방광에 들어가서 그 안에 있는 혈뇨를 세척해서 그대로 다시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에게는 문제가 있다. 방광 안에 자꾸 혈전이 생겨 방광 세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거다. 한쪽 라인에 풍선 같은 것이 있어서 그걸로 혈전을 빼주면 되기는 하는데 이 할아버지의 혈전은 제대로 빠지가 않는다. 그래서 시간 간격으로 수동으로 빼주어야 한다. 

방광세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면 환자가 느낀다. IDC가 있어서 소변을 보러 갈 필요가 없는데 소변을 보러 가고 싶다거나, IDC가 세거나 혹은 방광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방광 세척을 매뉴얼로 세척해 주어야 한다. 

어젯밤 이 할아버지 방광 세척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보통 IDC중간 라인을 빼고 50ml 시린지로 세척제를 IDC끝에 넣고 다시 시린지로 빼내는데 그때 들어간 만큼의 세척제가 나와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 경우 혈전이 너무 심해서 잘 안 나온다.

그럼 여러 번 시린지를 넣다 뺐다 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복하면 손마디가 아프다. 

어젯밤에 4번은 매뉴얼 세척을 한 것 같다. 할아버지는 할배데로 아프다고 하고..

매뉴얼 세척을 할 때마다 나오는 핏덩어리.. 

이른 아침에 그걸 하면서 피 냄새를 받았더니 정말 거짓말 안 하고 피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았다.

피비린내가 난다고 할까.. 

벌써 방광세척을 한지 3주가 다 되어가는데 해결이 안 되고 있다. 계속 혈뇨가 나와서 적혈구가 낮다.

3주 동안 20번 정도 수혈을 받으신 것 같다. 수혈을 하면 뭐하나.. 그대로 다시 나오는걸.. 

중간중간 화장실 가신다고 해서 도와드려.. 방광세척 몇 번 해.. 밤새 쉴 틈 없이 바빴다. 

아... 휴가가 끝났다는 게 실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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