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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Feb 16. 2021

용혈성 빈혈과 Blood Warmer

얼마 전에 병동에 입원하신 91세의 존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의 병력은 대부분 나이가 들어서 오는 그런 것들이었는데 최근에 진단받은 병명은 Haemolytic Anaemia 란다.  이 할아버지는 아주 특이하게 몸에 체온이 떨어지면 백혈구가 파괴된다고 해서, 대부분 베어 허거 (Bear Hugger)라는 걸 덮고 있다. 베어 허거는 주로 저체온증 환자들에게 사용하는데 존 할아버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걸 덮고 계셔야 한다. 


91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정신이 말짱하시고 물론 거동이 불편하시기는 하지만 할아버지를 돌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난 왠지 할아버지가 연세가 많으셔서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할 때 크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크게 말했다.

"How are you?" 기타 등등... 그러다가 순간 웃어버렸다. 괜히 나 혼자 할아버지가 귀머거리 가고 생각해서 혼자 소리치고 있는 걸 발견하고 말이다.  


할아버지는 내가 물어보면 아주 저음으로 정중하게 대답해 주신다.

할아버지가 청력이 아주 멀쩡 하다는 걸 알고 그다음부터는 조용조용 말했다. 

하루는 할아버지의 적혈구 수가 낮아서 수혈을 할 일이 있었다.

보통 Red Blood Cell는 냉장 보관이 돼서 차가운데 이 할아버지는 이 차가운 수혈을 받으시면 안 되는 병이라서 Blood warmer라는 걸 사용해서 수혈을 주어야 했다. 


우리 병동에서는 수혈을 자주 하는데 지난 4년 동안 이 Blood warmer를 사용하는 환자는 한 번도 못 봤다.

다들 이걸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서 난리들이다. 

아무래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Clinical practice를 보면 관심이 가지는 법.. 


기계 작동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기계 안내 설명서대로 작동을 하면 된다.  우선 기계를 전기를 꽂고 한쪽에 물을 넣어준다. 그러면 물이 자동으로 데워지면서 한쪽 옆에 있는 라인을 데워줘서 피가 데워지는 거다.

기계에 온도가 세팅되어 있는데 40도로 세팅이 되어있다. 위에서는 차가운 Red Blood cell이 이 기계를 통과해서 환자에게 갈 때는 40도로 데워져서 아주 따끈따끈하다.   따끈한 수혈을 받으시는 기분이 어떠실까? 

혹시나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정말 자주 바이탈도 체크하고 했는데 다행히 별일 없이 2 Units을 수혈할 수 있었다.  오래돼서 아주 낡아 보이는 Blood Warmer


아는 게 힘이라고 모르면 배워야 한다. 

딱히 배울 거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도 안 해본 걸 해보는 건 좋은 경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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