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중에 생긴 일
또 야근 중에 생긴 일..
한 달에 4일을 야근을 해야 하는데 나는 한주에 2일씩 하다 보니 2주에 한번 어김없이 돌아온다.
이번 야근은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왜냐면 일하는 스테핑이 전부 좋다.
베이비싯팅해야하는 EEN도 없고 캐주얼이나 에이젼시 간호사도 없고
더군다나 뉴그랫도 아닌 순수한 우리 병동 3년 차 4년 차 간호사들이랑 일을 하기 때문이다.
야호!!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왜냐면 난 그냥 내 환자 6~8명만 돌보면 되지 다른 간호사의 환자까지 신경 안 써도 되고, 아침마다 센트럴 라인에서 혈액 채취를 해야 하는데 이날 일하는 간호사 전부가 다 할 수 있기에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얼마 만에 이런 쉬프트를 가진 건지.. 그동안 다른 간호사들이 나를 동정했었다. 매번 야근할 때마다 드라마가 있어서..
그런데 역시나.. 내가 야근을 하는데 쉬운 날이 어디에 있을까..
이날 야근 시작할 때 보니 병동이 엄청 바빴나 보다. 다들 정신이 없고 더군다나 이미 한 환자가 사망해있었는데 아직 환자가 아직도 병동에 있었다.
거기에 핸드오버하는 중에 또 다른 환자 한분이 돌아가셔서 핸드오버를 마친 우리는 2명의 환자 시신을 목욕시켜야 했고...
하지만 생각보다 모든 일이 금방 끝나서 2시가 넘자 병동이 한가해졌다.
특별히 아픈 환자도 없고, 우리 간호사 4명이 전부 여유로워졌다. 그러자 한 간호사가 혹시 한가할지도 모르다면서 매니큐어 기계를 가지고 왔다.
일단 다른 간호사를 먼저 해주고 나에게도 해준다고 했다. 매니큐어 기계랑 매니큐어가 완전 프로페셔널 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2명의 간호사는 병동이 한가한 틈을 타서 매니큐어를 시작했고... 남자 간호사 한 명은 한가하게 인터넷을 보고 있었는데 환자 벨이 울렸다.
내 환자는 아니었고 다른 간호사 환자였는데 두 사람이 매니큐어를 하고 있어서 내가 환자에게 가보기로 했다. 환자에게 가보니 그 환자가 옆 베드 환자 때문에 벨을 누른 거다. 커튼 뒤로 환자의 코 고는 소리가 엄청나게 들렸다. 그래서 난 그 환자에게 갔는데 어머나 세상에... 환자가 발작 Seizure를 하고 있는 거다.
환자의 몸이 대각선으로 있고 입에서 거품과 피를 흘리고 있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들면서, 바로 Emergency bell를 울렸다. 이 벨은 금방 코드 블루팀에게 연락이 간다.
난 내가 환자를 발견했기에 환자 옆에서 멧콜 팀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급하게 달려온 다른 간호사들...
몇 분 사이에 멧콜팀이 달려왔다. 이환자는 전날 입원했는데 내가 핸드 로버를 받아서 대충 환자에 대해서 알기에 멧콜팀에게 환자 핸드오버를 하면서 환자의 바이탈을 쟀다. 물론 다른 간호사들도 빠르게 응급처치에 응하고 있고 환자의 혈압이 처음에는 76/45였다. 그래서 다시 혈압을 재니 181/94로...
환자는 계속 마일드한 발작을 계속하고 있었고 의식은 없었다. 멧콜팀에서는 바로 환자에게 인튜베이션을 실시하고 환자에게 카디악 모니터를 달고 중환자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중환자실로 옮기기 전에 환자는 CT Brian을 찍으러 갔다. 내 환자는 아니었지만 난 계속 환자를 따라갔다. CT brain을 찍었는데 음.. 아무리 무식한 사람이라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결과가 안 좋았다.
Massive bleeding이 있는 거다. 이런 상태라면 정말 안 좋다.
환자는 바로 Nuero ICU로 옮겨졌다. 대충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환자에 대해 다시 한번 핸드오버를 하고
66세 남자 환자로 2일 전에 항암치료를 받으러 데이케어 센터에 왔으나 Haematuria가 심하고 Blood results도 안 좋아서 항암치료는 안 받고 우리 병동으로 왔으며 이날 수혈을 받았다. 환자의 병명은 MDS (Myelodysplastic syndrome 골수이형성 증후군)이라서 항상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수치가 감소되고 기능에 문제가 있다. 의사들 생각에는 혈소판의 감소로 인해 뇌출혈이 온 거 같다고 한다.
다음날 똑같은 멤버들이 야근을 했는데 다들 오자마자 이환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다들 아마 돌아가셨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도 중환자실에 계셨다. 의사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환자의 뇌출혈이 너무 심해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바로 Comfort Care로 넘어갔다고 한다.
아마 인튜베이션을 하고 계셨는데 이 인튜베이션을 멈추면 바로 돌아가실 거다.. 이 환자를 보면 아빠 생각이 났다. 우리 아빠도 이환 자랑 비슷한 경우라서..
엄마가 아빠를 발견했을 때부터 의식이 없으셨는데 그 이후로 중환자실에 4일 계시다가 돌아가셔서...
결국 환자는 2일째 돌아가셨다고 한다.
우리 병동 환자들은 대부분 NFR이라서 이런 리얼 응급상황은 거의 없었는데 한밤중에 코드블루에 결국 환자가 임종하시고..
특별히 아픈 환자 없다고 절대 방심하면 안 되겠다.
한 시간마다 꼭꼭 환자분들이 잠을 잘 자는지 확인도 잊지 말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