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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Feb 07. 2021

애착이 가는 환자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케어를 해주자라고 했는데 어느새 일에 익숙해지고 다양한 환자들을 돌보다 보니 나에게도 내가 좋아하거나 더 애착이 가는 환자들이 생겼다.  

한번 보고 다시 안보는 환자라면 모르지만 우리 병동처럼 환자들이 재입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항상 느끼지만 환자라고 다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  


최근에 몇몇 환자들에게는 정말 지나 칠정 도로 잘해주고 싶었고 잘해 주었다.  

59세의 췌장암 환자인 준아줌마.. 우리 병동에 3주가량 계시다가 최근에 다른 병동으로 옮겨가셨다.  처음에는 암병동 의사담당이었는데 나중에는 암보다도 다른 것들이 문제여서 서지컬 병동으로 옮겨가신 거라고 한다. 2일 쉬고 일을 하러 왔더니 아줌마가 안 계셔서 깜짝 놀랐는데.. 

헤더 아줌마가 그 병동에 뭘 빌리러 갔을 때 준 아줌마 이름을 보고 잠깐 들려 세이 헬로를 했더니 나에게 꼭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나도 퇴근길에 잠깐 들렸는데 아주 반가워하셨다. 아줌마 얼굴을 보니 정말 노란 단무지 얼굴이 되셔서 살짝 속상하기도 했고,  

아줌마의 여동생이 한국 어린이 2명을 입양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인 나에게 친근감을 느껴하셨고, 

특별히 아줌마에게 더 잘해드린 것 없지만 왠지 마음이 가니 잘해드린 것처럼 느끼시나 보다.  

가족들 모두가 참 좋으신 분들이었다.   


또 다른 남자 환자 알렉스.. 40대 후반인 이 남자 환자에게도 정이 간다. 

우리 병동에 벌써 3번인가 4번째 입원을 했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 내가 간호한 적이 많은 것 같다. 

올해 초에 식도암을 진단받았고,  식도가 많이 좁아져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조만간 퇴원한다. 

이 환자는 뭔지 모른지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딱히 뭔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헤더 아줌마 생각에는 Chromosome mutation 같은 게 틀림없이 있을 거라는데

그래서 환자의 얼굴을 보면 감정표현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우울증 같은 게 있는 환자의 얼굴이다.  

40대 넘도록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부모님이 매일 병원으로 출근을 하시면서 아들을 돌본다. 가끔은 부모님이 너무 Anxious 하셔서 간호사들을 들들 볶지만..  

난 이환자에게 애착이 간다. 뭔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고 할까.. 

보통 환자들은 불만을 표시를 하는데 이 남자 환자는 한 번도 불만 불평이 없다.  

한밤중에 아무리 바이탈을 재자고 하던 뭘 하던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한마디 

불평 없이 그대로 따른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한두 번씩은 불평을 하는데.. 

사실 불평 없어하는게 정상일지도 모르지만.  


최근에는 이 환자의 부모님 때문에 웃긴 일이 두 번이나 있었다.  하루는 환자의 맥박수가 140까지 올라가서 의사가 리뷰를 하고, 한참 후 다시 맥박수를 재라고 해서 재고 있는데 부모님이 오셨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환자의 엄마 왈 

"네가 환자의 바이탈을 재서 맥박수가 올라갔나 보다" 그러시는 거다. 


사실 이 환자의 맥박수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는데... 그러자 환자 왈 " 맥박수 잰 거 남자 간호사였는데요" 그러는 거다.  환자의 부모님과 우리 모두 웃었다.  

그리고 어제 환자의 엄마가 뜬금없이 나에게 하는 말 " 너도 우리랑 같이 집에 가자" 그러시는 거다.  

또 한 번 


부모님 보시기에 내가 환자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하셔서 칭찬으로 해주시는 걸로 생각하련다..  

일을 하면서 모든 환자에게 공평해야 하지만 간호사도 사람이라서 마음이 더 가는 환자들이 있다. 

아무리 싫더라도 가능하면 얼굴에 티 안내고 똑같이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환자들이 있으니.. 


환자들이여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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