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는 사라지지 않는다

Feat.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

by 모몽

어쩌면 책 표지 이끌리듯 샀는지 모른다. 처음 보는 작가였고, 요즘 고전만 고집하던 내게 낯선 스타일의 제목이었다. 평온해 보이는 서점도, 오로라 빛이 나는 하늘도 익숙한 듯 낯선 모습이다. 꽤 잘 팔리는 지 매대 맨 앞에 자리하고 베스트셀러에 계속 오를 때에도 한참을 망설이다 손에 들었다. 드라마로 유명해진 최근 소설에 실망한 것도 있고, '이걸 또 읽으면 뭐하나'하는 생각도 들어 한참 동안 유튜브에 심취해 있을 때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도서관에 다닐 때 제일 먼저 손이 가던 건 소설책이었다. 회사 다닐 때는 꼭 읽어봐야 한다는 유명 작가 책도 세계 몇 개국에서 판권을 계약했다는 책도 시간이 없어서 읽기 힘들었다. 육아와 일, 그리고 지쳐 쓰러져 있기를 반복하는 삶이었다.


유명한 대작가의 글에는 겸허해 지다가도 어떤 책은 '이런 건 나도 쓰겠다.'(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오만이었나)하는 것도 있었다. 그동안 놓친 책을 하루종일 붙들고 읽으니 그동안의 문화적 허기는 채워졌는지, 동네에 서점이 없어서였는지, 책과도 글쓰기와도 멀어졌다.


이제 서점과는 가까워졌지만, 무리해서 이사를 오며 대출이자에 휘청이던 때라 그런지 그 만원 남짓한 책을 들었다놨다를 하기를 여러번 끝에 읽게 됐다. 한 권은 사서, 한 권은 대출로.


두 책 모두 스타일이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기법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절묘한 비율로 섞어서일까? 마지막 클라이막스로 향해 갈 때는 파동이 커지는 호수에 무거운 돌을 던진 듯 눈물이 쏟아진다. 대책 없으면서도 안쓰러운 그들의 모습에. 나이도 성별도 다른 나와 겹쳐지는 그들의 짠함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으며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오로라 빛이 오묘한 느낌을 주는 '오로라 상회 집사들'을 보며 그림을 다시 시작했으니, 두 작가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도 몸도 바쁜 날이다. 오랜만에 색연필을 챙겨들고, 쓰던 소설의 중간과 마지막을 다시 구상하며 등장인물의 전사까지도 써 볼까 고민해 본다.

오로라 아파트의 간판이 떨어져 으르라 상회가 되는 곳에 등장하는 '이안'이라 인물은 한 때 밴드활동을 하던 그러나 샐러리맨으로 오십 때까지 있다 명예퇴직 당하는 인물이다. 그가 모으던 LP판이 결국 이 대책없는 남자들의 돌파구가 되고 말지만.



그 대책 없어 보이던 네 남자의 '공통의 적'처럼 느껴지는 40~50대 여성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내가 왜 이걸 읽고 있지 하다가 그들의 다음 이야기에, 그 대책없던 그들이 대책은 생기는지, 이야기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는지 궁금해져 페이지 넘기는 시간은 점점 빨라져 간다. 작가의 말까지 보고 난 후에야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이면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장기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는데, 그럼에도 작가의 말처럼 오로라는 사라지지 않는다는데 희망을 걸어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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