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라 꽃이여
너는 무엇 때문에 잔뜩 오므려져 있느냐
오후 3시 반. 휴식이 필요한 시간.
'차 한 잔 할래?'
우희의 메신저에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어'
곧장 휴게실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마주 앉아서는 우희의 환해진 얼굴을 나는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겠다.
며칠 전만 해도 죽상이던 그의 얼굴이 활짝 폈다. 승진후보에도 올랐고, 아들 수능시험도 잘 본 듯하여, 그에게는 이제 좋은 소식만 남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환한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승진심사에서도 떨어지고 딸은 불수능의 늪에 빠지고 되는 일이 없다.
나의 이 꿀꿀한 심정을 들킬 것만 같았다.
온전하게 웃을 수가 없는 내 마음이 우희를 응원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듯하여...
괜찮다 아무렇지 않다 기대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내뱉은 말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었나 보다.
꾹꾹 눌러두었던 피해의식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고
절실함이 부족했다 자신을 탓하자니
기운이 빠졌다.
이런 못난이 같으니라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절도 모르고 피어있는 노란 꽃이 괜스레 샘이 났다.
어젠 눈이 왔는데 너는 활짝 예쁘기도 하구나. 너만...
나는 이렇게 마음이 쭈글 해서 피어나질 못하는데.
하아... 참 못났다...